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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Jan 07. 2021

찬 바람이 불면 따뜻한 오키나와 소바가 생각난다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음식이 무엇일까?


스테이크, 타코라이스, 찬푸루 등등.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내가 꼽은 오키나와 대표음식은 오키나와 소바 (沖縄そば)다. 티브이를 보다가 우연히 SBS 런닝맨에서도 같은 답을 찾 걸 보았다.


(스포일러 주의) 런닝맨에서 오키나와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1], 이때 멤버들이 수행한 미션 중에 "현지인 추천 맛집"에서 식사하기가 있었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오키나와 소바를 계속 추천하는 바람에 멤버들이 오키나와 소바만 먹고 다녔다 [2]. 그것도 같은 소바집에서 [3].


[1] 런닝맨  390-392회 "글로벌 랜덤 투어" 편
[2] 낯선 오키나와 소바를 계속 먹으며 힘들어하는 멤버들의 모습도 보인다.
[3] 치루구와 소바. 주소: 1 Chome-3-7 Tsubogawa, Naha (남부)



오키나와 섬마다, 가게마다 다른 오키나와 소바



면이 안 익은 것 같은데?”


오키나와 소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흔한 첫 반응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으로 오키나와 소바를 맛보았을 때는 서걱서걱한 면을 삼키며 “면을 익히는 걸 잊은 건가?” 란 생각뿐이었다. 그 식감 때문에 내 주위에서도 오키나와 소바에 대한 호불호는 많이 갈리는 편이다.


소바라는 말을 듣고 일본의 메밀소바를 떠올리고 오키나와 소바를 주문한다면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을 만나게 될 것이다 [4]. 굳이 나누자면 오키나와 소바는 일본의 메밀소바보다는 차라리 우동에 더 가깝다. 오키나와 소바의 토핑은 보통 어묵, 파, 초생강 그리고 돼지고기이다. 면은 약간 설익은 듯 서걱서걱한 식감이고, 오랫동안 삶은 돼지고기와 가쓰오부시로 우려낸 따뜻한 국물은 담백하다.


[4] 우리가 흔히 아는 메밀 소바는 일본 소바 (Nihon soba) 혹은 검은 소바 (kuroi soba)라고 불린다.




가장 맛있는 오키나와 소바는 다이빙을 마친 후 주차장에서 금방 끓여먹는 오키나와 소바다.

오키나와 소바와의 어색한 첫 만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오키나와 소바를 먹으러 다녔다. '오키나와 살면서 오키나와 소바는 먹어야지'란 왠지 모를 의무감도 약간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오키나와 소바에 빠졌다. 마치 기대 없이 의무감으로 나간 소개팅 애프터에서 사랑에 빠진 거랄까. 특히 나는 갈비가 토핑으로 올라간 소키 소바를 좋아했다.


식당에서, 휴게소에서, 벤또가게에서. 참 먹기 쉬운 음식이었는데, 이제 여기 서울에서는 참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 되었다.


찬바람이 불면 아직도 따뜻한 오키나와 소국물이 생각난다. 한두번 만남으로는 오키나와 소바를 사랑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오키나와 소바 전쟁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소바를 둘러싼 전쟁을 한 적이 있다 (총칼을 든 실제 전쟁은 아니다). 이는 1972년 오키나와가 다시 일본으로 귀속된 후의 일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메밀을 30% 이상 함유한 면으로 만든 음식만 소바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다는 규칙이 있었다. 따라서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순수히 밀로만 제작되는 오키나와 소바에서 소바란 이름을 빼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메밀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소바로 불리는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했지만 (예를 들어 야키소바), 이런 예외는 못 본 듯 오키나와 소바에게만 소바의 이름을 빼 길 강요하였다.


하지만 오키나와 사람들은 순수히 물러나지 않았다. 오키나와 소바를 메밀로 만들지도, 소바란 이름을 빼지도 않았다. 결국 이 전쟁에서는 오키나와 소바가 승리하였다. 1978년 10월 17일. 오키나와 소바는 결국 공식적으로 소바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념하여 오키나와에서는 매년 10월 17일을 오키나와 소바의 날로 정했다.






오키나와 소바 맛있게 먹는 방법


오키나와 소바는 오키나와현의 섬마다, 그리고 가게마다 맛이 다르다. 가게마다 공통적으로 많이 찾을 수 있는 토핑, ○○○ 소바 메뉴는 다음과 같다.


산마이니쿠 (三枚肉): 삼겹살

소키 (ソーキ): 돼지갈비(추천!)

테비치 (てびち): 한국의 족발과 비슷하지만 더 부드럽고 쫄깃하다.

나카미 (中身): 돼지 연골,

야사이 (野菜): 야채



코레구스 © reddit.com

코레구스

오키나와 소바에 매콤한 맛을 추가하고 싶다면 코레구스 (koregusu コーレーグス)를 조금 넣어보자. 아와모리에 섬고추를 넣은 것인데 매콤함을 더할 수 있다.


쥬시

종종 쥬시 (Jushi ジューシー)라고 하는 사이드 메뉴를 곁들일 수 있다. 야채나 고기 등을 넣고 지은 밥인데 볶음밥과 비슷한 비주얼이지만 좀 더 슴슴한 맛이다. 소바처럼 쥬시도 가게마다 맛이다 다르다.






우리의 오키나와 소바 맛집


오키나와 소바는 가게마다 맛과 스타일이 조금씩 다 다르다. 여기 소개된 안전한(?) 맛집에서 시작을 해보고, 오키나와 소바가 입에 맞는다면 다른 소바 가게를 탐험해보자. 자신만의 오키나와 소바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키나와 소바는 보통 한 그릇에 500-800엔 정도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Kinchichi Soba (金月そば)

>> 주소: 201 Kina, Yomitan, Nakagami District (중부)

 

Hanaui Soba (花織そば)

>> 주소: 2418-1 Namihira, Yomitan, Nakagami District (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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