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 타코라이스, 찬푸루등등.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내가 꼽은 오키나와 대표음식은 오키나와 소바 (沖縄そば)다. 티브이를 보다가 우연히 SBS 런닝맨에서도 같은 답을 찾은 걸 보았다.
(스포일러 주의) 런닝맨에서 오키나와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1], 이때 멤버들이 수행한 미션 중에 "현지인 추천 맛집"에서 식사하기가 있었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오키나와 소바를 계속 추천하는 바람에 멤버들이 오키나와 소바만 먹고 다녔다 [2]. 그것도 같은 소바집에서 [3].
[1] 런닝맨 390-392회 "글로벌 랜덤 투어" 편 [2] 낯선 오키나와 소바를 계속 먹으며 힘들어하는 멤버들의 모습도 보인다. [3] 치루구와 소바. 주소: 1 Chome-3-7 Tsubogawa, Naha (남부)
오키나와 섬마다, 가게마다 다른 오키나와 소바
면이 안 익은 것 같은데?”
오키나와 소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흔한 첫 반응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으로 오키나와 소바를 맛보았을 때는 서걱서걱한 면을 삼키며 “면을 익히는 걸 잊은 건가?” 란 생각뿐이었다. 그 식감 때문에 내 주위에서도 오키나와 소바에 대한 호불호는 많이 갈리는 편이다.
소바라는 말을 듣고 일본의 메밀소바를 떠올리고 오키나와 소바를 주문한다면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을 만나게 될 것이다 [4]. 굳이 나누자면 오키나와 소바는 일본의 메밀소바보다는 차라리 우동에 더 가깝다. 오키나와 소바의 토핑은 보통 어묵, 파, 초생강 그리고 돼지고기이다. 면은 약간 설익은 듯 서걱서걱한 식감이고, 오랫동안 삶은 돼지고기와 가쓰오부시로 우려낸 따뜻한 국물은 담백하다.
[4] 우리가 흔히 아는 메밀 소바는 일본 소바 (Nihon soba) 혹은 검은 소바 (kuroi soba)라고 불린다.
가장 맛있는 오키나와 소바는 다이빙을 마친 후 주차장에서 금방 끓여먹는 오키나와 소바다.
오키나와 소바와의 어색한 첫 만남에도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오키나와 소바를 먹으러 다녔다. '오키나와 살면서 오키나와 소바는 먹어야지'란 왠지 모를 의무감도 약간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오키나와 소바에 빠졌다. 마치 큰 기대 없이의무감으로 나간 소개팅 애프터에서 사랑에 빠진 거랄까. 특히 나는 갈비가 토핑으로 올라간 소키 소바를 좋아했다.
식당에서, 휴게소에서, 벤또가게에서. 참 먹기 쉬운 음식이었는데, 이제 여기 서울에서는 참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 되었다.
찬바람이 불면 아직도 따뜻한 오키나와 소바 국물이 생각난다. 한두번 만남으로는 오키나와 소바를 사랑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오키나와 소바 전쟁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소바를 둘러싼 전쟁을 한 적이 있다 (총칼을 든 실제 전쟁은 아니다). 이는 1972년 오키나와가 다시 일본으로 귀속된 후의 일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메밀을 30% 이상 함유한 면으로 만든 음식만 소바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다는 규칙이 있었다. 따라서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순수히 밀로만 제작되는 오키나와 소바에서 소바란 이름을 빼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메밀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소바로 불리는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했지만 (예를 들어 야키소바), 이런 예외는 못 본 듯 오키나와 소바에게만 소바의 이름을 빼 길 강요하였다.
하지만 오키나와 사람들은 순수히 물러나지 않았다. 오키나와 소바를 메밀로 만들지도, 소바란 이름을 빼지도 않았다. 결국 이 전쟁에서는 오키나와 소바가 승리하였다. 1978년 10월 17일. 오키나와 소바는 결국 공식적으로 소바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념하여 오키나와에서는 매년 10월 17일을오키나와 소바의 날로 정했다.
오키나와 소바 맛있게 먹는 방법
오키나와 소바는 오키나와현의 섬마다, 그리고 가게마다 맛이 다르다. 가게마다 공통적으로 많이 찾을 수 있는 토핑, ○○○ 소바 메뉴는 다음과 같다.
오키나와 소바에 매콤한 맛을 추가하고 싶다면 코레구스 (koregusu コーレーグス)를 조금 넣어보자. 아와모리에 섬고추를 넣은 것인데 매콤함을 더할 수 있다.
쥬시
종종 쥬시 (Jushi ジューシー)라고 하는 사이드 메뉴를 곁들일 수 있다. 야채나 고기 등을 넣고지은 밥인데 볶음밥과 비슷한 비주얼이지만 좀 더 슴슴한 맛이다. 소바처럼 쥬시도 가게마다 맛이다 다르다.
우리의 오키나와 소바 맛집
오키나와 소바는 가게마다 맛과 스타일이 조금씩 다 다르다.여기 소개된 안전한(?) 맛집에서 시작을 해보고, 오키나와 소바가 입에 맞는다면 다른 소바 가게를 탐험해보자. 자신만의 오키나와 소바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키나와 소바는 보통 한 그릇에 500-800엔 정도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Kinchichi Soba (金月そば)
>> 주소: 201 Kina, Yomitan, Nakagami District (중부)
Hanaui Soba (花織そば)
>> 주소: 2418-1 Namihira, Yomitan, Nakagami District (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