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 you!”
단골 가게 주인아저씨가 해맑게 웃으며 작별인사를 건넨다.
오키나와에 잠시 살면서 가졌던 로망 중 하나는 단골 가게 만들기였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메뉴판을 보지 않고 "항상 먹던 것"이라고 주문할 수 있는, 언제 들러도 편한 식당 같은 곳. 우리도 오키나와에서 그런 단골집을 만들고 싶었다.
1년여 동안 여러 식당과 카페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사장님들께 눈도장을 찍고 서로 얼굴을 텄다. 온나에 위치한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바루아모, 요미탄에 있는 타이 음식점 사이로앙, 요미탄 쯔께멘 맛집 하치렌 등등. 그중에서, 어쩌다 보니 우리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단골집은 자동차 수리점이었다.
아마 믿기 어렵겠지만, 자동차 수리점을 단골로 만들 생각은 애초에 전혀 없었다. 1년 남짓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자동차 수리점을 이렇게 자주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내심 허약했던 우리 뿡뿡이를 여러 번 맡기며 신세를 지게 되면서, 거기 자동차 수리점 사장님과 친해졌다. 이것 또한 뿡뿡이가 선물해준 인연이려나.
조금 떨렸지만 자연스러웠던 첫 만남
자동차 수리점 주인아저씨와의 첫 만남(?)은 자연스러웠다. 엔진오일 교체라는 아주 자연스러운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맵에서 찾은 여러 자동차 수리점 중에서,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자동차 수리점을 방문했다.
첫 만남을 위해서 사실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인터넷으로 일본에서 엔진오일 교환법을 찾아보았고, 친구에게 물어서 "엔진오일 교체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외우고 또 종이에도 큼지막하게 적어서 갔다.
다행히 주인아저씨의 영어 실력은 나의 일본어 실력보다 월등했다. 아저씨는 영어를 꽤 유창하게 하셨고, 별문제 없이 (그리고 바가지도 없이) 엔진오일 교환을 마쳤다.
'일본에서 언제 자동차 수리점에 또 와보겠어?'
이런 생각을 하며, 자동차 수리점 방문을 '재밌는 오키나와에서의 추억' 한켠에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저씨와 작별인사를 했다.
생각지 않았던 애프터
자동차 수리점 아저씨와의 첫 만남이 잊혀지기도 전에 뿡뿡이가 자주 아프기 시작했다. 덕분에 정말 예상치 않게 수리점 아저씨를 자주 만났다. 뿡뿡이는 참 다양하게, 크고 작게 아팠다. 만성적인 오른쪽 브레이크등 문제 때문에 참 여러 번 갔었다. 한 번은 가만히 주차되어 있는 뿡뿡이의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서 간 적도 있다. 어느 주말에 한 번은 운전 중에 머플러가 떨어지는 바람에 머플러를 다시 붙이려고 간 적도 있다.
그 많은 사건사고 중에서 제일 황당했던 것은 자동차 손잡이가 부러졌던 것이다. 손잡이라서 손으로 잡고 당겼는데 문이 열리지 않고 손잡이가 부러졌다. 그것도 3번이나.. 손잡이가 부러지는 사고도 너무나 황당했는데, 그걸 수리하러 간 경험이 더 재밌었다. 자동차 수리점에 가서 아저씨께 부러진 손잡이를 말없이 보여드리자, 아저씨는 이미 많이 경험해봤다는 뜻이 전혀 당황하지 않고 책상의 서랍을 열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안엔 정말 다양하게 생긴 수많은 자동차 손잡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손잡이 부러지는 일은 그냥 흔한 일인가 보다.
그렇게 뿡뿡이가 여러 이유로 아프면서, 주인아저씨를 자주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 최애 단골집은 자동차 수리점이 되었다 [1].
[1] 참고로 일본에서 공임을 포함한 자동차 수리비는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머플러 용접 비용은 약 10만 원 정도. 660cc짜리 자동차의 엔진오일 교체도 3-4000엔 정도 (약 4만 원 정도)이다.
“항상 먹던 것”이라고 주문하는 단골 가게를 만들고 싶었지만, “항상 고치던 것”이라고 말을 해야 하는 단골 가게라니. 왜 하필 우리의 최고 단골가게가 자동차 수리점이 된 걸까.
헤어질 때마다 “See you”라고 인사하는 사장님의 말 한마디. 흔한 작별 인사지만, 왜 그냥 흔한 표현 같지 않을까? 왜 곧 다시 만나게 될 우리의 인연을 가리키는 것 같을까?
神谷モーター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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