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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Dec 18. 2020

250만원짜리 수입차와 오키나와를 달리다.

우리의 신혼 동반자 뿡뿡이 이야기


노란 듯 노랗지 않은 계란찜과 같은 색깔. 앙증맞은 크기의 까만 네 발. 13년 전에 태어나 5만 킬로미터를 달려 우리를 만나러 왔다.


아마 눈치를 챘겠지만,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다.


오키나와에서 자동차는 필수다. 특히 나하와 같은 큰 도시가 아니라, 오키나와 섬 중간 촌동네에 산다면 자동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물론 버스,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도 있다고 하지만, 배차간격이랑 운행시간, 그리고 요금 등을 생각해보면 대중교통 이용도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뿡뿡이. 누가 차 색상을 물어볼 때마다 계란찜 (Chawanmushi) 색이라 답했다 (차를 실제로 본 사람들은 모두 수긍했다). 보닛 중앙에 있는 건 초보운전 표시다.


오키나와에서 우리와 함께했던 자동차는 회사 이름도 모델명도 낯선 다이하쓰 에쎄 (Daihatsu Esse)란 아이였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중고차 가게에서 만났는데, 깔끔했던 생김새 덕분에 흥정도 없이 25만 엔을 주고 바로 데려왔다.


이 친구는  2006년식이었는데, 우리가 데려올 때는 주행거리가 겨우 5만 킬로미터 초반이었다. 13년 동안 겨우 5만 킬로 미터라니! 일생의 대부분을 어디 주차장에서 멈춰 있었던 걸까?


그리고1년 뒤.


얘를 오키나와에 남겨두고 올 때는 누적 주행거리가  7만 8천 킬로에 달하고 있었다. 불과 1년 반 정도만에  2만 킬로 이상 달리다니. 지난 십여 년간 주차장에서 쉬며 편하게 지내던 아이를 우리가 너무 혹사시킨 건 아닐까 하고 미안해지기도 한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2만 킬로미터가 넘을 만큼 오키나와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래도 이 아이 덕분에 오키나와 여기저기를 누비며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우리의 발이 되어 주었던 아이. 비록 처음에는 색깔 때문에 놀림을 당했지만, 보면 볼수록 정이 들던 아이. 혹시라도 오키나와에서 다시 만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오키나와에서 중고 자동차 구입 후기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 "오키나와에서 중고 자동차 구입 방법 및 후기"를 재구성한 글입니다.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후기인 만큼, 오키나와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1.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중고차 찾기


원래 계획은 학교 온라인 장터에 올라온 매물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매물이 흔하지 않고, 올라와도 잠깐 한눈팔면 금방 팔리는 관계로, 자동차 딜러를 통해서 중고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중고자동차 가게를 방문해서 시세를 알아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먼저 온라인으로 원하는 차종의 대략적인 시세와 근처에 위치한 중고자동차 딜러가 보유하고 있는 매물들을 확인했다 [1].


[1] 오키나와의 중고차들을 다루는 Cross Road에서 여러 중고차 가게에서 판매 중인 실제 매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https://www.o-cross.net) 참고로 가격이 2개가 보일 때가 있는데, 더 비싼 금액이 최종 지불 금액이다 (각종 검사 및 수수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Cross Road 홈페이지에서 자동차의 재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번역 이용).


내 예산은 최대 25만 엔. 케이카 (kei car)라고 하는 경차로 범위를 정해두고 자동차를 찾아보았다. 일본의 경차 케이카는 한국 경차 (1000cc) 보다 작은 660cc 이하의 엔진을 가지고 있다. 


660cc짜리 자동차의 성능? 

엔진은 작지만 오키나와 도로의 최고 속도 (80km/h)까진 무난하다. 단, 언덕길에서 4명을 태운채 에어컨을 켜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면. 


길에서 흔히 보이는 만큼 [2], 케이카는 장점이 다. 먼저 그 아담한 크기 덕분에 주차가 무척이나 편하다. 그리고 고속도로 통행료, 자동차 세금과 차량검사 (샤켄) 비용도 싸다. 특히 일본에선 중고차는 2년마다 샤켄을 받아야 하는데, 몇만 엔 정도로 꽤 비싼 샤켄 요금이 케이카는 다른 차종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내가 자동차를 사면서 중점적으로 본 건 다음과 같다 [3].

제조사, 연식, 재활용 요금, 법정 정비 기간, 보증, 주행거리, 사고/수리 경력 (복구 온라인이라고 번역됨).


[2] 도로에 보이는 수많은 노란색 번호판 차량들이 다 케이카다. 시장 점유율도 40% 정도 된다고 한다.

[3] 중고차를 둘러보면 연식이 오래된 차가 많다. 참고로 간단한 수리 정도는 사고/수리 경력에 표시가 안된다고 한다. 가끔 본토 차량이라고 광고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키나와의 바닷바람을 맞은 중고차보다 더 좋은 상태로 여겨져 조금 더 비싸다.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찾았다. 다이하쓰라는 회사에서 나온 Esse라는 모델. 마침 가게도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판매글이 올라온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기에 가게에 전화도 하지 않고 일단 무작정 찾아갔다.



2. 딜러 방문하여 구매하기


가게에 가서 실제로 차를 보니 상태도 괜찮고, 딜러도 추천하는 매물이라고 해 바로 계약을 했다. 내가 방문한 곳은 Taka cars라는 곳인데, 아쉽게도 나는 일본어를 못했고, 가게 오너는 영어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 동행한 일본인 분이 도와주셔서 일사천리로 계약을 진행하였다.


내가 자동차를 구입했던 중고 자동차 가게 Taka Cars. 앞 유리창에 가격이 보이도록 전시되어 있다.


방문 당일 날 계약금 5만 엔을 먼저 냈다. 계약을 할 때는 주민표와 인칸 (도장)이 필요했다. 인칸까지찍고 계약을 마치니, 딜러가 2주 후에 차를 찾으러 오라 했다 [4].


'아니, 지금 저 차가 밖에 서있는데 왜 안 주는 거야?'

한국 같은 경우는 바로 차량 픽업이 가능하지만 여기는 구매를 하면, 구매자가 인수하기 전 차량 검사를 한다. 이게 좀 오래 걸린다고 한다.

[4] 가게마다 구입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연구실 친구 R의 경우에는 다른 가게에서 구입했는데 그때는 계약금을 1만 엔만 냈고 인칸도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자동차를 가게에서 픽업하지 않고, 대신 딜러가 학교까지 배송해줬다... 내가 계약한 딜러의 서비스가 안 좋은 편인 듯하다.


그렇게 기다림 속에 2주가 지났다. 가게에 방문해서 잔금 20만 엔을 지불하고 총액 25만 엔에 대한 영수증과 차량등록증 등 각종 서류를 받았다. 이 서류는 나중에 보험에 들 때 필요하단다. 차를 받아서 조심조심 기숙사로 몰고 와서 주차. 그리고 다음날엔 보험가입을 하러 갔다.



3. 자동차 보험 가입하기


딜러로부터 중고차를 구매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필수 자동차 보험은 같이 가입이 된다(가입할 때 필요한 서류 및 각종 절차는 딜러가 해준다). 하지만 이런 필수 자동차 보험은 보장 범위가 매우 작기 때문에,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여 추가적인 자동차 보험을 드는 걸 추천한다.


오키나와에는 여러 보험회사가 있지만,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게 제일 중요했다. 다행히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군 덕분에 몇몇 보험 회사는 영어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5]. 그중에서 친구의 추천으로 내가 선택한 곳은 "WilTec"이란 곳이다.  


Williams Technical Services K.K.   

홈페이지: http://www.wiltecokinawa.com


아메리칸 빌리지에 위치한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보니, (주로) 미군+그 가족들 대상으로 자동차 보험뿐 아니라 이런저런 다양한 보험을 취급하는 곳 같았다.


내가 가입한  일반 자동차 보험인데, 1년 보험료가 36,040엔이었다. 이 보험을 가입하면 나뿐만 아니라 (30세 이상의) 다른 사람들도 운전할 수 있다고 했다. 덕분에 30을 갓(?) 넘긴 경희도 운전을 마음놓고 할 수 있었다.


[5] 다음 기회에 쓰겠지만, 1년 넘는 기간 자동차 보험이 필요했던 순간이 단 한 번 있었다. 그리고 '영어로 대화가 된다'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와 같지 않다는 걸 배웠다.


이렇게 보험까지 가입을 하고 나서야 오키나와에서 자동차 구입에 관한 모든 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의 다이하쓰 에쎄는 우리의 뿡뿡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의 ESSE 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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