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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Jan 14. 2021

이번 CES에서 가장 만지고 싶은 로봇

Petit Qoobo & Moflin.


CES 2021이 개막했다. 올해는 나도 라스베가스에 혹시 갈 수 있으려 나하고 기대도 약간 했었는데.. 이번엔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어쨌든. CES 2021에 소개되는 로봇들을 살펴보다가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로봇 2가지를 발견했다.

이름하여 CES 2021에서 가장 만지고 싶은 로봇 두 가지.



쁘띠 쿠보 (Petit Qoobo)



첫 번째 로봇은 일본의 유카이공학에서 선보인 쁘티 쿠보 (Petit Qoobo)다. 조그만 쿠션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꼬리가 달린 모양이다. 간혹 '로봇 고양이인데 팔다리 그리고 머리가 없다'라고 소개하는 글도 보았다. '물이 반이나 비었네' 보다 '물이 반이나 찼네'처럼, '팔다리와 머리가 없네'보다 '(그래도) 꼬리는 남았네'라고 소개하고 싶다.


쿠보와 쁘띠 쿠보. 프랑스어로 쁘띠는 '작은'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쿠보의 아담이 버전이다.     © Yukai Engineering


그래서 뭐하는 로봇이야?

우리가 로봇에게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유용한 일들. 그러니까 물건을 옮긴다거나, 서빙을 한다거나, 위험한 곳으로 간다거나 하는 것은 일절 할 수 없다. 대신이 이 녀석은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며 꼬리만 흔들뿐 이다. 사용자가 쓰다듬거나 문지르면 꼬리를 흔들고, 안고 있으면 희미한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게 다다.  


쿠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꼬리를 흔드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걸로 충분하다.    © Yukai Engineering


이런 애를 어디 쓰냐고?

"너는 그냥 귀여우면 돼"라는 오글거리는 멘트처럼, 꼬리를 흔드는 귀여움으로 이 녀석의 역할은 다 한 거다. 재밌는 사실은 이런 꼬리 흔드는 능력이 실제로도 꽤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보를 만든 유카이공학에서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쿠보와 놀았던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졌다고 한다. 요양센터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쿠보가 센터에 들어오자 거기 계신 분들끼리의 대화도 늘어났다고 한다 (신기한 장난감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일단 이 녀석은 너무 귀엽잖아. 그냥 넘어가자).


Qoobo everywhere           © Yukai Engineering


개발자 홈페이지를 보니 이런 말이 있었다

"We worked to develop a technology that can move your heart and a cushion tail."

(당신의 가슴과 꼬리를 움직이는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과연. 내 가슴은 확실히 움직였다.

실제 동물의 꼬리 움직임을 분석하며 만들었다는 꼬리 움직임도 너무 귀엽다.


그래서.. 가격은? 60-80달러 (7-8만 원) 선이라고 한다. 그 이전 큰 아이 (쿠보)는 150달러 (16만 원) 정도.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치명적인 매력과 나름 저렴한 가격 덕분인지 2018년에 세상으로 나온 쿠보는 1만 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이런 '무용'한 로봇 치고는 꽤 괜찮은 편 아닌가 한다.


홈페이지: Qoobo | A Tailed Cushion That Heals Your Heart





모프린 (Moflin)


모프린 (Moflin)               © Vanguard Industries


두 번째 '만지고 싶은' 로봇은 일본 뱅가드 인더스트리즈(Vanguard Industries)에서 출시한 모프린 (Moflin)이다. 앞선 쿠보가 꼬리로 우릴 유혹했다면, 모프린은 거부하기 힘든 쪼그만 잔망미로 우릴 유혹한다.


모프린의 생김새

작다! 길이는 16㎝에 무게는 약 300g 정도로 작다. 털이 복슬복슬한 조그만 녀석이 꼬물꼬물 거리며 움직인다. 작은 토끼 같기도 하고, 햄스터 같아 보이기도 한다. 무슨 동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애기처럼 보인다.


© Vanguard Industries


키우는 재미. 고통없는 쾌락?

모프린의 특징은 사용자가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의 '성격'이 사용자와 주위 환경과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서 바뀌고, 이는 독특한 움직임과 소리로 표현된다고 한다. 양육/육아(?)의 어려움은 없고 키우는 재미만 있는 걸까. 이것이 고통없는 쾌락인가?


모프린을 키우는 방법에 따라 각각의 개성을 가진다니. 재밌는 생각이다. 얼마 전에 브런치에 쓴 '로봇의 성격'과 어떻게 보면 닮아 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건가 보다.


상상.

나중에 모프린 사용자들끼리 우리 애가 잘났니 못났니 하는 날이 올까?. '우리 모프린이 달라졌어요'처럼 모프린을 잘 키우는 팁들도 공유가 될까? (그리고 이 또한 모프린이 문제가 아니라, 모프린 키우는 사람/환경이 문제예요 라는 것으로 결론이 날까?)



모프린은 잠을 자면서 충전한다.      © Vanguard Industries


잠자는 모프린

특히 재밌었던 것은 모프린을 충전하는 (재우는) 것이다. 몸에 충전기를 바로 꽂는 대신, 작은 요람과 같은 바구니에 모프린을 담아두면 무선으로 충전이 된다고 한다. 게다가 이렇게 충전할 때 (잘 때), 진짜 동물이 자는 것처럼 골골거리면서 뒤척거리기도 한단다. 너무 사랑스럽지 않은가!


얘는 앞선 쿠보보다 조금 더 비싸다. 4만 엔, 약 40만 원 정도다. 실제 반려 동물보다 비쌀 수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고통없는 쾌락을 가질 수 있다면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홈페이지: MOFLIN | An AI Pet Robot with Emotional Capabilities by Vanguard Industries Inc. — Kickstarter

 


덧. 모프린은 이번 CES 2021에서  ‘베스트 혁신상(Best of Innovation Award)’을 수상했다고 한다.

 


요즘 더 생각나는 로봇들


쿠보와 모프린. 이 두 아이들의 공통점은 너무나 만지고 싶게 생겼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무용하다는 것 -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일을 못하는 아이들일지라도, 우리는 따뜻하고 복슬복슬거리며 쪼그많고 꼬물꼬물 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마치 "내 원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처럼.


저렇게 만지고 싶은 아이들을 온라인으로 밖에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울 뿐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기가 그리운 요즘 더 생각나는 로봇들이다.


우유를 주는 '철사' 엄마보다 우유가 없어도 '따뜻'한 '헝겊' 엄마를 선택한 원숭이. 우리도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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