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도.
태어난 지 182일째가 된 우리 아기.
5개월이 한참 지나 174일째에 스스로 뒤집기를 해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엎드린 자세에서 엉덩이도 번쩍 들었다가 내렸다가 한다.
움직임은 꼭 굼벵이같은데 들려있는 엉덩이가 아주 귀엽다.
소리도 잘 낸다.
울 때는 으아아아아아악! 도 하고
히이이이잉 도 하고
응.애. 도 하고
하아악 도 한다.
기분 좋을 때는 나와 가까이서 눈맞추며 이이잉! 하이잉! 한다.
아주 귀엽지.
그간 키우느라 참 힘들었다.
오늘도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아기가 낮잠도 한두 시간씩 길게 자준 덕분인지,
엄마를 찾으며 울지 않고 혼자서도 조금씩 잘 놀아준 덕분인지
오늘은 내가 힘이 좀 남았다.
남은 힘으로 밥도 처음으로 짓고, 냉장고에 있던 버섯으로 볶음 반찬도 만들어보았다.
아침엔 환기도 하고 청소기도 돌렸지.
남편이 퇴근한 이후에도 설거지도 하고 젖병도 다 씻어 소독해놓았다.
아기를 낳고 난 후 이렇게 집안일을 스스로 이만큼이나 해본 적이 없다.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글도 적을 수 있고.ㅎㅎ
조리원에서 나온 이후로 양가 부모님이나 산후도우미의 도움 없이
오롯이 나와 남편 둘이서 아이를 돌보다가 2주 후부터는 나 혼자 돌보았다.
혼합수유를 하며 매일이 어려웠고 첫 한두 달은 이틀에 한번 꼴로 엉엉 울기도 했다. (지금도 육아하며 가끔씩 서러울 때 울고 있다.)
이유 없이 우는 울음에 답답했고
세로로 안아 양옆으로 흔들어줘야 잠을 자는 아기여서 발바닥과 손목 무릎이 계속 아팠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이유식을 시작했는데 오늘까지도 잘 먹지 않아 또 속상했다.
모유도 잘 먹지 않는 거 같고 분유를 주면 또 끝까지 잘 먹는 아기에게 서러운 맘에 괜히 얄밉다고도 말해봤다.
첫 아기를 키운다는 게 참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야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잠을 못 자는 건 이제 디폴트 값이다.
지난 어느 날 통잠을 몇 번 자준 건 행운이었다고 생각해.
기대도 안했는데 낮잠을 1시간 이상씩 길게 자주는 것도 뜻하지 않게 찾아온 행운이다.
그럴 때 쉬면서 행복해하면 된다.
아기를 낳은 이후로 아니 임신 사실을 안 그 이후부터
나에겐 나만의 시간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스스로 나만의 시간을 만들 수 없다.
그건 아기가 나에게 주는 것이다.
이런 삶을 앞으로 수년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머리론 받아들여졌을지 몰라도 안타깝지만 마음으론 진정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래도
그렇지만서도 이 삶이 나에게 또 큰 의미가 되고 있기에
기쁘게 감사하게 수용한다.
큰 이상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기에게 고맙다.
덕분에 엄마도 잘 자라고 있어.
우리 아기 우리 남편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 우리 지인들 모두 고맙다.
아기 덕분에 고마움과 사랑이 확장되고 있다.
내 세계가 사랑으로 물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