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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May 15. 2021

50대에도 동심을 지닐 수 있을까?

마스다 미리 | 행복은 이어달리기, 뭉클하면 안 되나요?

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를 좋아한다. ‘뭉클하면 안 되나요?’라는 작품으로 그를 처음 알게 됐다. 조금 재밌는 것은 ‘뭉클하면 안 되나요?’는 만화가 아닌 에세이라는 점. 물론 한 꼭지당 삽화가 한 컷 씩 실려있어 마스다 미리 특유의 그림체도 볼 수 있다.


마스다 미리는 일본 30 여성 독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가이며 한국에서도 이미 팬층이 두텁다. 많은 혹자는 그의 소소한 그림체와 담백한 문체, 섬세한 관찰력이 그만의 매력이라 말한다.


마스다 미리 . 뭉클하면 안 되나요?


‘뭉클하면 안 되나요?’를 보면 마스다 미리는 참 사소한 것에 뭉클함을 느낀다. 조그만 손수건을 사는 남자, 셀프바 가게에서 몸을 바삐 움직이며 이것저것 챙겨주는 동행인, 뭔갈 먹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 어정쩡한 자세로 명함을 건네는 사람에게. 혹자들이 말한 ‘섬세한 관찰’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난 그 책을 보는 내내 또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 정말 50대 맞아? 어떻게 이렇게나 어린아이 같은 면이 가득한 거지? 부럽다.’ 어떤 경로로 마스다 미리와 그의 에세이집 ‘뭉클하면 안 되나요?’를 알게 되었던 그때의 나는 굉장히 바빴다. 사소한 것을 관찰하고 무엇이든 만져보고 몸으로 느끼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당시엔 바로 눈 앞의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을 두지 못할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당시 난 나의 그런 섬세한 면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슬펐고, 그것을 영영 잃어버릴까 두려웠다. 이런 날이 지속되면 30대, 40대, 50대로 넘어갈수록 점점 마음이 말라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매일 밤마다 ‘뭉클하면 안 되나요?’를 한 꼭지라도 읽고 잠에 들었다. 마스다 미리가 어떻게 일본 30대 여성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는지 온몸으로 느낀 순간들이었다.


마스다 미리에겐 동심이 있다. 동심, 어린아이의 마음이란 뭘까, 마냥 순수하고 즐거운 마음? 어린아이라고 매일이 즐겁진 않을 것이다. 아무런 편견 없이 사물 본성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를 난 ‘동심’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아이들이라면 상상력이 풍부하다. 틀이 없기 때문에 무언가를 느끼고 상상하는 일에 제한이 없다. 그런 아이들의 표현에 놀랄 때도 많다.


마스다 미리 . 행복은 이어달리기


불혹을 넘어 이미 중년의 기로에 들어서 오랜 시간 ‘어른’이라 불려 온 마스다 미리에게도 그런 동심이 있다. ‘뭉클하면 안 되나요?’에서는 그가 지닌 섬세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다면, ‘행복은 이어달리기’에선 동심은 물론 엉뚱한 상상을 하는 힘, 그것을 묘사하는 힘, 자신만의 상상으로 타인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은 이어달리기’엔 그가 어린 시절 한 상상에 어른이 된 지금의 생각과 또 다른 상상을 덧붙이는 이야기가 많다. 난 책을 읽으며 엉뚱한 상상을 하는 힘은 그의 동심에서, 묘사하는 힘과 공감을 일으키는 힘은 그가 자신의 상상에 어른으로서 겪은 경험을 살로 붙인 현실적이면서 담백한 묘사에서 나온 것이라 느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이렇게 동심을 지닌 진짜 어른으로 자라고 싶다’ 생각했다.




밑줄 그은 문장



1. 그가 감기에 걸린 날, 감기에 걸려 학교를 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상상하는 내용이다.


- 감기로 쉬지 않았다면, 평소대로 학교에 갔을 나. 그 ‘나’가 되었다고 가정하며 이불속에 있는 일은 즐거웠다. 비어 있을 내 자리에 앉아 공상 속에서 급식을 먹었다.

- 나는 안심하고 이불에 누워 추억의 뚜껑을 딸칵딸칵 계속 열었다.



2. 어느 날 신칸센을 탄 그가 기차 안 풍경을 묘사한 내용이다.


- 이제, 이야기를 되돌려 늦은 밤 신칸센이다. 모두의 하루치 냄새가 뒤섞여 기침이 나올 것 같았다.

- 어른들이 열심을 다한 냄새를 받아들이며, 신칸센은 어두운 선로를 달려갔다.



3. 그가 어린 시절 본 영화의 재개봉판을 극장에서 다시 본 경험에 대한 내용이다.


- 소녀 시절 흘렸던 눈물과 똑같은 성분이라 생각하니 아까워서 닦을 수가 없었다.



- 마스다 미리 . 행복은 이어달리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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