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회
우리나라 인구 중 1,000만 명, 전체 인구의 26% 정도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고 한다. 내가 아주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단독 주택에서 살았는데, 그때 마당에서 키우던 무술이(삽살개)를 제외하면 반려동물과 함께한 적 없고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나지만, 종종 동물 친구들에게 온 마음이 홀리고야 말 때가 있다.
문제는 그 대상이 동네 나무 틈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까치와 직박구리들은 아니라는 점. 남에 집 개, 남에 집 반려동물이다.
특히 시골의 슈퍼, 어느 음식점 앞, 집 마당을 지키는 시골 개들을 마주할 때면 타고 있던 차도 멈추고 그들에게 시선을 둔다. 사람 소리를 듣고선 연신 왈왈거리는 친구(대부분 이런 친구들에게 다가가면 더 이상 짖지 않고 꼬리를 흔든다. 사람이랑 인사하고 싶어서 짖은 거다), 모든 사람을 향해 꼬리 콥터를 최고 속도로 가동하는 친구를 보면 난 그들과 같이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들고(모두 보호자가 있는 친구인 데다 난 큰 개, 빠른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 자기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 도의 경지에 오른 듯한 표정으로 먼 산을 응시하고 있는 개님(스님 같은 개)을 만날 땐 개님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연신 말을 건다.
털을 휘날리며 뽈뽈거리고 걷는 작은 친구들을 만날 때면 ‘헉’ 하고선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게 되고, 어쩌다 저 멀리서부터 나를 발견하고선 땡그란 눈을 하고 달려오는 친구를 만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내가 언젠가 그렇게 털 뭉치 친구에게 홀릴 때면 연인이 내 귀에다 속삭인다. “너 동물 엄청 좋아하네~ 원래 동물 좋아하는 사람들 다 그래. 자기는 동물 안 좋아한다고.” 또 얼마 전, 산책 나온 남에 집 개가 귀엽다며 호들갑 떠는 내게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개 입장에서는 성희롱 아닐까?”
“···?”
“누가 너한테 ‘와 저 엉덩이 좀 봐. 포실포실 귀여워!! 이야~ 다리 진짜 길다~~ 엄청 귀엽게 생겼어!!’ 이러면 기분 나쁠 것 같지 않아?”
발상의 전환이었다. 우리는 개가 아니기 때문에 개의 심리를 결단코 100%는 알 수 없고, ‘성희롱’이라는 것도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이긴 하지만, 난 한 번도 개의 입장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나를 어서 만져!!’ 하고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주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어디선가 나타나 내 신발, 옷자락 구석구석을 킁킁대는 친구에게 내가 손을 뻗으면 ‘아니야, 난 네 냄새만 맡을 거야.’ 하고 몸을 휑 돌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물론 어쩌다 동물 친구의 코에 내 손등을 대고 인사를 하더라도 우선 동물 친구의 보호자에게 허락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특히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법이 있고 동물과 공생하는 문화가 선진한 유럽에서는 타인의 반려동물을 함부로 만지거나 큰 소리로 동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은 정말 큰 결례로 여겨진다고 한다.
동물 친구에게 함부로 손을 뻗지는 않지만 귀엽다며 시선을 못 떼고 호들갑 떠는 나는, 동물 친구와 보호자에게 매너를 반만 지키고 있던 거다. 만약 내 반려 동물을 본 누군가가 내 반려동물에게서 시선을 못 떼고 같은 말(귀엽다! 예쁘다!)을 반복한다면 처음 몇 번은 ‘맞아, 우리 애가 이쁘긴 하지.’하겠지만 대게는 그 관심이 부담스럽고 불편할 것 같다.
이제는 동물 친구를 만나면 그들에게 시선을 오래 두지 않고 마음으로만 예뻐한다. 내 가족은 아니니까. 유튜브로 동물 친구들의 일상을 보거나, 아주 가끔 친구의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69일 차 _ 마음으로 예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