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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Jun 01. 2021

마음으로 예뻐해 주세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회

우리나라 인구 중 1,000만 명, 전체 인구의 26% 정도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고 한다. 내가 아주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단독 주택에서 살았는데, 그때 마당에서 키우던 무술이(삽살개)를 제외하면 반려동물과 함께한 적 없고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나지만, 종종 동물 친구들에게 온 마음이 홀리고야 말 때가 있다.


문제는 그 대상이 동네 나무 틈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까치와 직박구리들은 아니라는 점. 남에 집 개, 남에 집 반려동물이다.


특히 시골의 슈퍼, 어느 음식점 ,  마당을 지키는 시골 개들을 마주할 때면 타고 있던 차도 멈추고 그들에게 시선을 둔다. 사람 소리를 듣고선 연신 왈왈거리는 친구(대부분 이런 친구들에게 다가가면  이상 짖지 않고 꼬리를 흔든다. 사람이랑 인사하고 싶어서 짖은 거다), 모든 사람을 향해 꼬리 콥터를 최고 속도로 가동하는 친구를 보면  그들과 같이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들고(모두 보호자가 있는 친구인 데다   , 빠른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 자기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 도의 경지에 오른 듯한 표정으로  산을 응시하고 있는 개님(스님 같은 ) 만날  개님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연신 말을 건다.


제주도에서 만난 개님들


털을 휘날리며 뽈뽈거리고 걷는 작은 친구들을 만날 때면 ‘헉’ 하고선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게 되고, 어쩌다 저 멀리서부터 나를 발견하고선 땡그란 눈을 하고 달려오는 친구를 만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내가 언젠가 그렇게 털 뭉치 친구에게 홀릴 때면 연인이 내 귀에다 속삭인다. “너 동물 엄청 좋아하네~ 원래 동물 좋아하는 사람들 다 그래. 자기는 동물 안 좋아한다고.” 또 얼마 전, 산책 나온 남에 집 개가 귀엽다며 호들갑 떠는 내게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개 입장에서는 성희롱 아닐까?”


“···?”


“누가 너한테 ‘와 저 엉덩이 좀 봐. 포실포실 귀여워!! 이야~ 다리 진짜 길다~~ 엄청 귀엽게 생겼어!!’ 이러면 기분 나쁠 것 같지 않아?”


발상의 전환이었다. 우리는 개가 아니기 때문에 개의 심리를 결단코 100%는 알 수 없고, ‘성희롱’이라는 것도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이긴 하지만, 난 한 번도 개의 입장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나를 어서 만져!!’ 하고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주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어디선가 나타나  신발, 옷자락 구석구석을 킁킁대는 친구에게 내가 손을 뻗으면 ‘아니야,   냄새만 맡을 거야.’ 하고 몸을  돌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물론 어쩌다 동물 친구의 코에  손등을 대고 인사를 하더라도 우선 동물 친구의 보호자에게 허락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특히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법이 있고 동물과 공생하는 문화가 선진한 유럽에서는 타인의 반려동물을 함부로 만지거나  소리로 동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은 정말  결례로 여겨진다고 한다.


출처 :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동물 친구에게 함부로 손을 뻗지는 않지만 귀엽다며 시선을  떼고 호들갑 떠는 나는, 동물 친구와 보호자에게 매너를 반만 지키고 있던 거다. 만약  반려 동물을  누군가가  반려동물에게서 시선을  떼고 같은 (귀엽다! 예쁘다!) 반복한다면 처음  번은 ‘맞아, 우리 애가 이쁘긴 하지.’하겠지만 대게는  관심이 부담스럽고 불편할  같다.


이제는 동물 친구를 만나면 그들에게 시선을 오래 두지 않고 마음으로만 예뻐한다. 내 가족은 아니니까. 유튜브로 동물 친구들의 일상을 보거나, 아주 가끔 친구의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69일 차 _ 마음으로 예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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