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싫지만 여름 산은 좋아해요
진한 초록 옷을 입은 나무들, 나뭇잎 사이사이를 메우는 햇살, 편의점 앞에 급하게 자전거를 세워두고 둘셋씩 모여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래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이 생각나던 초여름의 날, 나는 산에 올랐다. 바람 한 점 없이 뜨거운 날이었지만, 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하고 가벼운 공기가 느껴졌다. 산속에선 크고 작은 바람이 쉼 없이 불었다. 그럴 때마다 바닥의 풀끼리, 나무에 매달린 이파리끼리 부딪혀 바시락 바시락 소리가 온 산에 크게 울렸다. 이렇게 요란하게 온 바람이지만, 내 몸에 닿는 바람은 없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빼곡한 나뭇잎이 바람결을 막아주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난, 또다시 작은 생명이 된 느낌이었다.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71일 차 _ 초여름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