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순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영 Apr 29. 2021

노부부가 운영하는 타르트 가게

프랜차이즈 같지 않은 프랜차이즈

공간은 주인을 닮는다. 가게의 이름, 인테리어, 조명의 조도, 식기, 하물며 화장실의 휴지까지.


예외가 있다면 프랜차이즈. 요즘은 프랜차이즈도 지점별로 컨셉과 분위기를 달리하거나 시그니처 메뉴를 내놓기도 하지만, 대게 프랜차이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정형화된 인테리어, 동일한 메뉴 구성과 음식의 맛이다.



주인을 닮은 공간을 좋아한다. 주인장이 자기만의 취향을 마구 녹인 듯한 공간. 그런 공간에 있을 때면 주인장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 같아 존경스럽기도 하다. 그 이유로 나는 같은 값이면 프랜차이즈보단 개인 가게, 또 같은 메뉴면 프랜차이즈보단 개인 가게를 찾는다.


좋아하는 타르트 가게가 있다.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를 파는 곳이다. 근처 쇼핑몰에서 밥을 먹은 후에, 연인과 산책길에 종종 들린다. 이곳 역시 지도에서 상호명을 검색하면 시에서 한 두 곳 정도는 있는 프랜차이즈다. 그런데 이곳은 다른 프랜차이즈와는 조금 다르다. 프랜차이즈 같지 않은 프랜차이즈라고 해야 할까. 이곳을 떠올리면 바삭하고 포슬포슬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타르트 맛과 가게를 감싸는 뭉근하고 포근한 버터 내음, 까맣게 덮은 머리카락 사이로 흰머리가 삐죽삐죽 나온 인상 좋은 중년의 주인장 부부가 느껴진다.


나따오비까 광교점이다


가게 앞을 지날 때면 습관처럼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늦은 저녁엔 타르트가 다 팔리고 없기 때문에 쇼케이스에 아직 타르트가 남아 있는지 살핀다.


‘음, 기본 맛은 아직 좀 있네. 하나 먹을까?’


쇼케이스 뒤편에는 늘 여유로운 모습의 주인장 부부가 있다. 어느 땐 아내가 주문을 받거나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작은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이어폰을 한쪽에만 낀 채 무언가를 듣고, 어느 땐 남편이 오븐에서 뜨끈한 타르트들이 담긴 스테인리스 쟁반을 꺼내 쇼케이스에 타르트를 하나하나 가지런히 넣어두고, 어느 땐 부부가 함께 주방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가게를 사찰하는 시선을 느낀 주인장은 내게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우리 가게에서 좀 쉬다가 가세요. 따뜻한 타르트와 차, 포근한 음악도 있어요’ 라 말하는 듯하다.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는 타르트와 갓 나온 타르트


그럼 나는 가게 문을 열지 않을 수 없다. 정해진 이름, 정형화된 인테리어, 심지어는 식기류까지 모두 따라야 하는 프랜차이즈라 다른 지점과 시각적 형태는 비슷하지만 분위기만은 완전 다른 곳이다. 주인장 부부만의 분위기가 갓 구운 타르트 향기를 타고 온 공간에 퍼진다.


클래식, 애플 시나몬, 카카오 초코, 호두, 크림치즈, 갈릭. 6가지의 뜨끈뜨끈한 타르트가 진열된 쇼케이스 앞에 설 때면 한참을 고민한다. 부부는 부러 추천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린다. 타르트 맛을 궁금해하는 손님에겐 정성스레 설명을 한다. 나긋한 말투와 여유로운 눈빛으로 주문을 받고, 몸에 밴 듯 흐트러짐 없는 동작으로 계산을 한 후 쇼케이스에서 타르트를 꺼낸다.


그렇게 천천히 정성 들여 준비한 음료와 타르트를 들고 손님이 앉은자리까지 조심조심 걸어와 직접 내어준다. 덕분에 가게 안에서 지지직- 테이블 위를 요란하게 도는 진동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신 친절히 타르트 주문을 받고 설명을 하는 부부의 목소리와 재즈 음악이 잔잔히 섞여 들린다.


오늘은 혼자서 클래식과 카카오초코 맛을 하나씩 주문했다


둘이서 종종 타르트  개를 주문한다. 모두 다른 맛으로. 그럼  개의 타르트는 둘이서 나눠 먹기 좋게 모두 4등분으로 나뉜  스테인리스 접시에 담겨 나온다. 우리는 타르트를 포크로 얌전히 찍어, 천천히 각자의 할당량을 채웠다.


옆 테이블에선 바사삭 소리가 났다. 입으로 직접 베어 물어야만 나는 바사삭 소리였다. 그 커플은 같은 맛 타르트를 한 개씩 주문했기 때문에 부러 잘라주지 않은 것인지 혹은 커플이 주인에게 그냥 달라 청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그 바사삭 소리에 별안간 귀가 트였다.


비어져가는 내 접시를 보며 ‘타르트 하나 더 주문할까?’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 겉바속촉 타르트는 바사삭 소리가 나게끔 입으로 베어 물게 하는 걸 마케팅 전략으로 해도 좋겠는걸? 하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손님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인원수에 맞춰, 타르트 종류와 개수에 맞춰 알맞은 조각으로 직접 잘라 주는 것에서 주인장의 배려가 느껴졌다.


시나몬 가루와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려 먹으면 더 맛있다


공간을 주인을 닮는다. 타르트 가게의 주인장 부부를 보며 또 한 번 느꼈다. ‘프랜차이즈이건 개인 가게이건, 중요한 건 역시 공간의 주인이구나’하고.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56일 차 _ 노부부가 운영하는 타르트 가게


매거진의 이전글 내게 가장 솔직했던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