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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Jun 15. 2021

왜 글을 쓰는가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쓰는 업을 오래 해 와서 사실 내 글을 쓰는 일은 아직 어색하다. 좋은 글을 읽고 난 뒤에도 더 잘 쓸 자신이 없어 지레 겁먹고 포기하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 쓰던 글을 써서 페북에도 올리고 브런치도 개설하니까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 의문에 답을 드린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분노다. 세상의 불의에 대한 분노, 이런 거창한 감정이 아니다. 그냥 직장과 사회에서 흔히 겪는 절망감, 싫은 사람에 대해 몸서리 쳐질 정도의 울화 정도다. 최근 들어 뭔가 화가 나는 일들이 많았다. 정신과 진료를 생각해볼 정도로 심각했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고 늘 그렇듯 술로 기분을 다스렸다. 그러던 중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치유가 되는 나를 발견했다.   


글쓰기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말을 책을 통해서는 많이 봤다. 베스 제이콥스는 <감정 다스리기를 위한 글쓰기>라는 책에서 글쓰기가 혼란스러운 정서를 조직화하고, 감정을 조절해 분노조절 장애나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적어도 내 경우는 '참'인 명제다.


글쓰기를 통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저널테라피’는 이미 오래전부터 의학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미술치료, 음악치료와 같이 굳이 우리말로 이름을 붙이자면 문학치료 정도 되겠다. 60년대 미국에서 자기 계발과 자가치료의 방법으로 등장해 정신과 상담을 대체하는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혈압을 낮추거나 탈모가 치료됐다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심장이 뛰고 마음이 불안해서 책을 읽는 것도 어려운 감정 상태였지만, 키보드를 손에 대고 있으면 편안해졌다. 분노를 내려놓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나는 무슨 글이라도 쓴다. 미국의 탐사보도 기자의 책 제목처럼 나는 나의 감정에 '지지 않기 위해 쓴다'


아픈가? 써라! 안아파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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