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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Aug 24. 2021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99 부다페스트 선언의 실천을 위한 제언

부다페스트 선언이라는게 있다. 과학계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여겨지는 이 선언은 1999년 7월 1일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열린 '세계과학회의(World Science Forum)'에 모인 과학자들이 앞으로 과학기술 연구의 방향을 제시한 선언이다. 정식 명칭은  '과학과 과학지식 이용에 관한 선언'이다. 


그 중 한 대목은 이렇다. 


"과학 연구의 실행과 지식의 이용은 항상 인류의 빈곤 감소를 포함하는 복지를 목표로 해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및 전지구적 환경을 존중해야 하며,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향한 우리의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 


이 문장을 담은 챕터의 이름은 '사회 속의 과학, 사회를 위한 과학'이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에 이런 선언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과학적 진보는 인류 전체에 혜택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와 동시에 환경 파괴, 기술 소외, 사회적 불균형 등의 원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차별의 철폐와 '사회공헌적 연구개발'을 논의한 것이다. 무려 22년 전에. 


과학자들이 연구만 잘 하면 그만이지 뭘 더 바라냐는 '독야청청' 마인드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과학이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지만 부다페스트 선언 이후 22년간 전 세계는 과학의 사회적 영향과 책임, 공헌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2015년 UN이 채택한 'SDGs(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보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의 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확인할 수 있다. 유엔은 사회발전, 경제성장, 환경보존이라는 세 가지 큰 틀에서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한다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도 좀 봐가면서 연구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이런 쪽으로 앞서 있는 쪽은 역시 유럽이다. 유럽연합은 호라이즌 유럽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SDGs 달성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과제라는 부문에 연구개발비로 50억 유로, 우리 돈으로 60조원 이상을 지원한다. 건강, 창의 포용적 사회, 안전 등이 주요 키워드다. 


미국도 비슷하다. 기후변화, 건강, 자원 등의 연구비를 엄청 늘리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기후변화다. 코로나19에 의문의 1패를 겪었으니 감염병 관련 연구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과학과 기술에 투자할테니 인간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결과를 내놓으라는 정책 방향이다.  


우리나라도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수립방향(안)에 과학기술의 지향점으로 '국가와 사회의 현안 해결'을 설정한 것을 보면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을 맞춰 가고 있는 듯 하다. 

과학기술의 양적 성장보다는 경제, 인문, 사회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과학으로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지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이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는 미세먼지, 기후변화, 감염병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 추진체계에 대해 자문한 바 있다.  


다시 부다페스트 선언을 보자. 


"오늘날 전례없는 과학의 진보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과학지식의 생산과 이용에 관해 활발한 민주적 토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과학자와 정책 수립자들은 대중적 신뢰의 강화를 추구해야 하며, 토론을 통해 과학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과학 지식을 만드는 돈의 상당 부분은 우리 세금이다. 세금으로 하는 일은 민주적 통제를 거쳐야 하고, 국민의 신뢰를 획득해야 하며, 이를 위한 토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과학자와 과학정책결정자들은 대중과의 소통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는 너무도 당연한 과정 아닌가. 


그나저나 그 모든 과정에 앞서 보도자료와 신문기사라도 좀 쉽게 써 줬으면 좋겠다. 온갖 과학 정책 용어로 가득찬 이 뉴스를 보고 우리나라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의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독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심히 우려된다. 


과학기술로 국가·사회 현안 해결...5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수립 시작 : 네이버 뉴스 (naver.com)


#과학기술 #연구개발 #부다페스트 #기후변화 #코로나19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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