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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Jun 10. 2021

[독후감]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고등학교 때 논술 수업을 좋아했다. 원고지 칸칸마다 내 생각과 느낌을 그롤 적어 내려 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원고지가 아니라 자아를 채워가는 기분이었다. 좋아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 했던가. 글을 좀 잘 쓰는 편이라는 소리도 곧잘 들었다.


2학년 때는 동아일보 독자투고에 처음으로 원고를 보내봤다. 200자 원고지 세 장에 꽉 채워 담아 보낸 원고는 일획일점 수정 없이 지면 한 켠에 자리 잡았다. 짜릿했다. 그것이 글쓰기와의 첫 인연이었다. 말하고 글쓰는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때부터 시작했다.

미디어 분야에 종사하며 좋아하는 일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다. 불을 붙인 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가 왼쪽 눈 옆을 스치고 지나는 동안 나는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려 원고를 채웠다. 낭만적인 그 시간이 그저 좋았다. (물론 지금은 실내에서는 금연이다.)


맡은 일이 그렇다 보니 글을 쓰고 말을 하긴 하지만 내 것이라 할만한 게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장에서 체험을 통해 독학으로 배운 글쓰기라 이론도 체계도 부족했다. 정말로 잘 쓰는 글은 어떤 글일까 하는 궁금함이 생겼다.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는 참여정부 3대 대변인 중 한 명인 윤태영의 글쓰기 노하우 75가지를 담은 책이다. 작가로서의 내면이나 콘텐츠보다는 그야말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들을 정리해놓았다.


앞 부분의 절반 가량은 주로 문장론에 관한 내용이고, 뒷 부분의 절반은 메시지에 관한 내용 정도로 정리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자신만의 경험을 가지고 정리한 나름의 팁’들이지만 일반적으로 잘 썼다 하는 글들이 갖춰야 하는 조건들이 담겨 있다.

문장은 짧게 쓰는 것이고, 글은 머리가 아니라 메모로 쓰는 것이고, 예화는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것이고... 등등 글쓰기 과정을 세세하게 분석하는 빨간펜 선생님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고 끝낼 책은 아니다. 영어 사전처럼 컴퓨터 옆에 놓고 글이 잘 안될 때 한 번씩 펼쳐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독후감을 쓰면서도 저자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된다.

서점에 가면 글쓰기 코너 책장에만 책이 한가득이다. 당대의 유명한 글쟁이와 학자들의 책들이 즐비하다. 사회 곳곳에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고, 페이스북을 비롯해서 온갖 글쓰기 플랫폼들이 널려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글을 두려워할까? 지침서를 읽기는 많이 읽는데 정작 지침대로 쓰지 않아서라고 생각된다.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에서 밝히는 75가지의 지침대로만 글쓰기 습관을 들인다면, 독후감, 보고서, 에세이, 연설문 등 자신의 손으로 써 내려가는 글들에게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 초심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꼬리말.
(내 맘대로) 참여정부 3대 대변인, 김만수의 짙은 눈매, 천호선의 묵직한 목소리, 그리고 윤태영의 필력을 갖춘 대변인이 되고 싶다. 눈매와 목소리는 어쩔 수 없으니 이제 필력을 다져야겠다는 다짐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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