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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푸레 Oct 08. 2016

바닷속 첫 경험

스쿠버다이빙 도전기


파도의 리듬에 맞춰 멀 육지가 출렁였다. 물에 대한 공포의 크기만큼 호흡이 빨라졌다. 연습했던 수영장과는 차원이 다른 두려움이 밀려왔다. 강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살핀 후, 내 과도한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무서웠지만 마냥 바다 위에 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호흡이 다소 안정을 찾았다고 느꼈을 때 강사에게 준비됐다는 사인을 보냈다. 사인을 받은 강사가 먼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호흡기를 입에 물고 저압 인플레이터 밸브를 눌러 BCD(부력조절기구)의 공기를 빼내자 내 몸이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먼저 입수한 강사가 아래쪽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괜찮냐는 사인을 보냈다.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지만 이내 문제가 있다는 사인으로 바꿔야만 했다. 수압이 고막을 눌러 압착하자 난생처음 느껴보는 통증이 밀려왔다. 교육받은 대로 코를 막고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 '압력균형'을 시도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강사의 유도대로 수면 가까운 쪽으로 올라갔다 다시 바닥을 향해 내려오기를 몇 차례 반복해서 간신히 통증을 가라앉혔다.


묘하게도 수심이 깊어질수록 공포감은 줄어들었다. 귀의 고통이 사라지자 점차 바닷속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강사의 유도에 따라 물속에서의 높이를 유지했다. 호흡기를 통해 입으로 산소가 들어올 때는 "쓰으읍"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내가 제대로 숨을 쉬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낮고 길게 숨의 내 쉴 때면 "보글보글" 수면으로 상승하는 공기방울들이 보여주는 시각의 느낌이 청각을 압도했다.


수중에서는 호흡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숨을 멈췄을 때 폐의 과팽창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스쿠버 다이빙에서 가장 효율적인 호흡법은 천천히 깊은숨을 쉬는 것이다.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위험을 감지해서 불안감이 드는 경우, 신체는 호흡수를 증가시켜 반응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반대로 적용해서 호흡을 느리고 깊게 조절하면 긴장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다. 다이빙 중에 문제가 생겼다면 하던 행동을 멈추고 천천히 깊게 호흡하여 불안감을 줄인 후 문제를 해결한다. (PADI 오픈 워터 다이버 매뉴얼 참조) 이는 다이빙뿐 아니라 모든 인생사에 적용될 것이다.



좀 더 깊은 바다로 내려가자 어느 순간 사위가 고요했고, 탁했던 물이 옥빛으로 바뀌며 시야가 맑아졌다. 몸이 물 위로 뜨지도 바닥으로 가라앉지도 않는 중성부력 상태가 나도 모르게 유지됐다. 우주비행사가 우주 공간에서 무중력 상태에 놓여지 듯, 지구에서 수초 이상 그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스쿠버 다이빙이 유일하다. 엎드린 자세에서 배를 살짝 내밀고 발목에 힘을 뺀 채 핀을 착용한 다리로 물을 차자 몸이 앞으로 미끄러져 나아갔다.


열대의 바닷속에는 처음 보는 물고기와 해초 그리고 산호가 시선을 유혹했지만, 다이빙 초보인 내게 풍광을 즐길만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최고 수심 25미터에서 30 분 가량 물속에서의 다이빙 스킬을 익힌 후 수면 위로 나갈 준비를 했다. 물 밖으로 나가기 전에 몸속의 질소를 배출하기 위해 수심 5미터 깊이에서 3분가량 '안전정지'를 시행한다. 내겐 이 시간이 너무도 지루했다. 중성부력을 유지하며 일정한 수심에 머무르기도 힘들지만, 물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20 미터 해저 바닥에서 직접 주운,  스스로에게 주는 작지만 소중한 선물

강사가 우리의 위치를 보트에 알리는 부표에 산소를 주입해 수면에 띄웠다. 물 위로 올라왔다. 다이빙 매뉴얼에 따르면 수면에서도 돌발상황에 대비해 마스크와 호흡기를 착용한 채 대기해야 한다. 파도가 눈높이에서 일렁이고 점점이 떠 있는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해가 눈부시다. 보트를 기다리는 그 시간 또한 하염없이 길게 흘렀다. 웨이트와 핀을 제거하고 배에 올랐다.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차오른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채 가시지 않는 공포감 그리고 바닥에 발을 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강사는 수영장에서의 훈련 때보다 훨씬 잘 해냈다며 박수를 보내 줬다.



이와 같은 과정을 수 차례 더 거친 후 목표했던 오픈워터 자격증을 땄다. 오픈워터는 끝이 아닌 시작일 테다. 압력균형을 원활하게 시행하지 못한 탓에 고막에 피와 진물이 고여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이 한동안 계속됐다. 무엇이 됐든 어떤 성취를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는 법. 깊은 바다에 대한 공포감을 극복하고 어쩌면 늦은 나이에 도전한 스쿠버 다이빙은 뭍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을 내게 선물했다.


'지구의 70%가 바다로 구성돼 있는데, 어찌 바닷속을 경험해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글을 어디에선가 읽고 떠난 스쿠버 다이빙 여행. 바닷속 첫 경험의 흥분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가슴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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