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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푸레 Oct 09. 2015

독신남들의 저녁식사

집밥이라 충분했던 만찬

직원들 몇몇이 밖에서 저녁을 먹는다기에 집으로 불렀다. 애호박과 청양고추 대파 무 반토막 그리고 두부와 양파를 샀다. 회식 때 남은 소주 몇 병과 갑 티슈를 사 들고(집들이도 아닌데) 직원들이 왔다. 얼마전 첫 아이 돌잔치를 치른 김대리와  아이를 가졌던 예비신부가 얼마전 유산을 해서 마음 상해있는 박주임과 열두 남매 중 장남인 아버지의 맏아들인데 아직 장가를 못간 서른 일곱 살 먹은 최주임과 보름 전에 입사해서 기숙사에 묵고 있는 출고담당 장씨와 한 달에 오만 원으로 생활한다는 바로 그 민수가 왔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남자 여섯이 우리집 밥상에 마주 앉았다.  

 

멸치육수에 된장을 풀어 찌개를 끓였다. 어제 낮에 들렸던 거래처 사장님이 술안주 하라며 준 고기를 구웠다. 경산에서 유명한 남산식당의 소고기다. 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지는 고기에 다들 집중해서 먹는다. 김대리는 안심이라고 하고 박주임은 채끝살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어느 부위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고기가 얇고 부드러워서 오사카에서 먹었던 와규가 생각났다. 양이 많아서 장정 여섯이 먹기에 충분했다. 내 전기밥솥에 할 수 있는 최대량의 밥을 지어서 내왔다. 끓여 둔 된장찌개와 서울에서 엄마가 싸 준 배추김치를 접시에 담아 냈다. 집밥이 그리웠을게 뻔한 남자들이 사양하지 않고 서둘러 먹는다. 가져 온 소주가 떨어져서 냉장고의 맥주를 꺼내 먹이고 사과를 깎아 먹였다. 배를 채운 이들이 밤 열두 시가 다 돼서 돌아갔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원룸으로 기숙사 방으로 뿔뿔이 돌아갔다. 표현이 서툰 이들의 인사는 '잘먹고 갑니다'라는 말 뿐이다.  하긴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생홀아비들이 돌아 간 후 한참을 서서 설거지를 했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김치찌개를 끓이고 삼겹살을 구워서 한 번 더 먹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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