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플라이 낚시를 하는데 필요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낚시든 그동안 좀 해왔었다면 이해하기가 쉽겠지만...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무늬만 플라이 낚싯대'라는 중국직구 최저가 제품은 대충 $10~15 (릴 빼고 낚싯대만, 배송료 포함) 정도부터 시작된다.
낚싯대와 릴을 포함한 세트를 '콤보(combo)'라고 부르는데, 최근들어 국내배송을 개시한 아마존에서 파는 '마트표 콤보세트(우리로 치면 '다이소'나, 대형몰 스포츠 코너 같은 곳에서 파는 초저가형 패키지)'의 가격은 무려 34,980원!
어라? 생각했던 것만큼 비싸지 않다??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2021년 09월의 가격... 가격은 좀 올랐지만 지금도 팔고 있다. (~>오늘자 시세)
참고로, 비슷한 구성의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 어느 낚시점의 유튜브 동영상
올봄, 어처구니없는 가격에 반신반의하며 시험 삼아 주문해 보았던 콤보세트. 아마도 그때 땡처리세일 중이었던 듯. 장바구니 놀이를 하다 보면 가끔씩 이런 득템을 할 수도 있다. ^ㅠ^
저 위의 마트표보다는 훨씬 근사한 로드가 들어있었다. 비슷한 구성으로 살려면 대략 10~15만 원 선. 이 정도 품질이면 나중에 더 좋은 장비로 옮겨가게 되더라도, 접대용이나 연습용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얼마 전 당근해버린 내 첫 장비...
낚싯대가 자꾸 새끼를 쳐서...^^; 요즘은 꺼내는 일도 없이 거의 방치상태라, 차라리 잘 써줄 사람 찾아가라고 새 줄로 싹 갈아서 내놓았더니 바로 팔려버림.
세일할 때 6만 얼마? 정도에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복이 있는 장비였는지 이걸로 배스고 누치고 잉어고 참 많이도 잡았더란...
다른 한편으론, 나름 간지와 가오에 죽고 사는 낚시꾼들이 많은 바닥이다 보니, 어디 가서 펼쳐 놓았을 때 꿀리지 않으려면 세트에 최소 한 돈 백...? 짜리 정도는 들고 다녀야 한다 ㅎㅎ
로드 또는 릴 단품만으로도 백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게 수두룩 빽빽. 근데 솔직히, 그런 걸 들고 다녀야 멋진 플라이 낚시꾼이 될 수 있는 걸까...?
때론 고기가 아닌 다른 것? 들도 함께 낚기 위한 '플렉스'라면... 뭐 그건 그것대로 ㅇㅈ.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사실은, 좌판의 싸구려 전자시계나 몇 억짜리 명품시계나 그 둘 위를 흘러가는 시간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전에 잠깐 언급했던, 산천어나 연어를 잡아야 그게 진짜 플라이 낚시지~ 하는 소리와도 연결이 되는 주제일지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연어/송어낚시 관련 영상들 중에는 그림 같은 대자연속에서 대물들과 벌이는 박력 넘치는 한 판 승부... 같은 것도 물론 있지만, 그냥 동네 개울 같은 곳에서 초짜들이나 쓸법한 허름한 듣보잡 릴 낚싯대에다 막스푼이나 연어알 같은 걸 꿰어서는 우리나라선 평생에 한 번 만나볼까 말까 한 그런 녀석들을 잘도 잡아낸다.
요는, 결국 이 낚시도 다른 여러 장르의 낚시들과 마찬가지로 장비빨로 승부를 보는 낚시는 아닌 것이고, 자고로 낚시를 잘하려면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제일 먼저, 배고픈 커다란 고기들이 득시글거리는 그런 곳을 잘 찾아가야 한다는 소리다.
사람들마다 취미생활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서, 기능만 충실하다면 뭐 싸구려라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적어도 남들만큼은 해야지, 혹은 꽤 고급져 보이는 취미인 만큼 그만큼 뽀대 나는 장비를 갖추고 시작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른 낚시는 꽤나 해봤다는 나름 '꾼'일지라도, '실은 이게 무슨무슨 낚싯대야' 하고 불쑥 내민다 해도 전혀 그 가치를 모르는, 플라이 낚시꾼들 사이에서나 겨우 알아봐 주는 '고기 잡는 짝대기'에 불과하다.
물고기들이 짝대기를 가려가며 무는 것도 아닐 테고, 비싼 짝대기를 쓰든 싸구려 짝대기를 쓰든 결국 잡혀 나오는 물고기는 동일한 것이다. 그것도 잘해야 겨우 서너 살짜리...
(but, )
봉돌도 없이 두툼한 낚싯줄만을 허공에 날려서, 그 무게와 함께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가벼운 털바늘을 저 멀리까지 날려 보낸다는 특유의 낚시법으로 인해, 낚싯대의 소재 및 테이퍼 디자인 - 복원력과 반발력등의 특성이 플라이 낚시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로 인해 다른 여느 장르들에 비해 낚싯대 설계와 제조에 경험과 노우하우가 크게 작용하게 되고, 또 그렇게 만들어져 나오는 서로 비슷한 급의 낚싯대에서도 제각각 다른 특성을 보인다. (심지어 동일 브랜드에서 같은 상품명으로 팔고 있는 라인업 안에서도, 각 세부 모델별로 저마다 '개성'-캐스팅 감이 다른 경우도.)
그리고 깊게 빠져들게 되면, 이런 류? 의 취미생활에서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고질적인 장비병이라든가, 더 나아가 고가의 뱀부 로드, 앤틱 릴, 수제 뜰채 등과 같은 레트로 장비들이 이른바 '갬성'의 집약체이자 그 대상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낚싯대에 따라 캐스팅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되니만큼 첫 낚싯대의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당장에 이것저것 써보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자신에게 잘 맞는 낚싯대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경험이 좀 쌓이고 자기 나름의 캐스팅이 가능해진 이후에라야 훨씬 더 잘 느껴지는 부분이라서 처음엔 너무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나을지도...
그래도, 그나마 한두 해 해보다 그냥 말 것 같지는 않다면 나중의 바꿈질을 생각해 좀 좋은 걸로, 형편껏 일단은 지르고 나서...
돌고 돌아서 결국엔 그 길로 가게 될 지어니. ㅋ
(가성비를 택할 것인가, '가심비'를 따를 것인가? ㅎㅎㅎ )
이게 좋다 저게 좋다 이견이 분분한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마다의 캐스팅 ㅡ 신체적 특성과 취향은 모두 다르며, 또 한 개인에게 있어서도 숙련도와 근력 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달라져 가므로... '궁극의 절대 선'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남들이 좋다는 장비라 하더라도 늘 그게 자신에게 최선은 아닐 수도 있고...
또 이래저래 계속 바꿔나간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나름의 어떤 적정선? 에서 스스로 멈추게 되기 마련인.
대상어에 따라, 또는 자신의 취향 등에 따라, 가볍고 낭창하거나 아님 더 무겁지만 튼튼한 낚싯대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 있다. 낚싯대가 무겁고 길수록 다루기는 힘들지만, 그만큼 더 파워가 실리는 라인을 쓸 수 있어 더 크고 무거운 미끼(플라이)를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루어낚시에서 넘어온 경우 조금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플라이 낚싯대는 1차적으로는, 낚싯줄(플라이 라인)을 날리기 위한 것이지 미끼(플라이)를 날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낚싯대를 쥘 때 한 손을 쓰냐 두 손을 쓰냐에 따라 원핸드/투핸드 (또는 싱글/더블핸드라고도 부르며, 필요에 따라 바꿔가며 쓸 수 있는 스위치 로드라는 것도 있다)로 나누기도 하고,
사용하는 낚싯줄의 종류나 던지는 방식에 따라 또 몇 가지(싱글핸드/스캐짓/스칸디/스페이)로 나누기도 한다.
낚싯대의 원형이 되는 속이 빈 대롱('블랭크'라고 부름)의 재질은 주로 카본-그라파이트, 글라스파이버, 혹은 고전적인 방식대로 대나무를 가공해 만들기도 하며, 열거한 순서대로 더 최근에 개발, 사용되고 있는 소재로서 같은 강도에서라면 더 가벼운 낚싯대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캐스팅할 때의 휨새나 뻣뻣한 정도에 따라 패스트/미디엄/슬로우 대로 구분하기도 한다.
사용가능한 낚싯줄-플라이 라인-의 무게에 따라 줄을 걸어 휘두르기에 적당한 강도를 기준으로, 제일 가볍고 여리여리한 #0부터 #1, #2, #3, #4, #5, #6, #7, # 8, # 9, # 10... 이런 식으로 번호를 붙여 나간다.
일반적으로 초보자에게 추천되는 장비는 5번이나 6번으로, 그 이유는, 플라이 낚시를 처음 해보는 사람일수록 이 정도는 되어야 캐스팅 연습 시 라인이 주는 무게감을 느끼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크고 무겁다면 훨씬 더 잘 느껴지겠지만, 나중에 캐스팅을 어느 정도 하게 될 때쯤이면 국내에선 쓸 곳이 적은 아주 무겁고 터프한 장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제 낚시에 있어서도 5번 정도라면 배스는 물론이고 커다란 잉어 같은 녀석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대물들과 씨름하게 되는 건 아니므로, 우리나라 하천에서 이루어지는 생활낚시... 실정에는 다소 헤비 한 장비일 수도.
뭐, 본인 팔뚝이 평균이상은 된다면야 솔직히 별 문제는 아니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그냥 4번 정도를 고르는 게 나중의 활용도를 생각하면 나을 수도 있다. 국내 계류의 산천어나 무지개송어(대물은 아닌...)용으로 3~4번 정도가 추천되곤 하기 때문.
전국 어디든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피라미나 블루길 정도만 상대할 것이라면 2번 이하의 낭창거림도 나쁘지 않으나, 처음부터 낮은 번호대를 고른다면 캐스팅연습에는 좀 애로사항이 꽃 필 수도 있다.
(유료낚시터 같은 곳에서는 극심한 경쟁의 틈바귀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던지기 위해, 혹은 방류된 고기들의 크기가 좀 크거나 해서 주위사람에 피해가 가지 않게끔 빠르게 꺼내기 위해 평소보다 좀 헤비 한 장비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
딱 한 대만 가지고서 이것도 잡고 저것도 잡고 그러기는 좀 힘든 낚시이다 보니, 하면 할수록 장비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게 입문초반이라면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다... ^^;
같은 번호대라도 대체로 고급제품으로 갈수록 더 가볍고, 불필요한 진동 없이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단지 무게만 보자면, 출시된 시기나 모델에 따라 그 차이는 클 수도,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건 유념할 것. 요즘에는 저가 제품이라도 오래된 명품들에 비하자면 훨씬 가벼운 소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참고로 중저가형 5번 대정도면 대의 무게가 100~150g대 부근으로 숫자상으로는 고급형에 비해 고작 4~50g 정도 더 무거울 뿐이지만, 소재와 테이퍼 차이로 인한 밸런스 부분도 있고, 실제로 릴을 결합하고 줄을 걸어(+ 릴은 대략 100g 전후 + 플라이 라인 10~15g ) 몇 시간씩 휘둘러보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낚싯대의 길이는 싱글핸드 5번대를 기준으로 대략 9 피트(9*30.48cm=274.3cm ≒ '아홉 자') 정도로, 긴 낚싯대를 사용하면 편리한 '님핑'용 로드(리더만으로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은...)를 제외하고는 번호가 낮을수록 조금씩 짧아진다.
같은 번호라면 대의 길이가 길수록 더 멀리 잘 날아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오히려 줄의 종류에 더 좌우되는 편), 결정적으로 길이가 길수록 가지고 다닐 때 걸리적거린다.
그래서 원활한 취급과 보관을 위해 요즘은 4절(마디)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예 6~7절로 보관크기를 많이 줄여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여행-트래킹용도 있다.
낚싯대에는 그 낚싯대에 맞는 줄 번호와 낚싯대 길이를 피트 단위로 적어 놓는데, 여기에 몇 마디로 된 낚싯대라는 걸 함께 표시한다. 예를 들어, 9피트 5번 4마디 낚싯대를 '9FT 5WT 4SEC' 이런 식으로 친절하게 풀어서 써 놓기도 하지만, 어떤 메이커는 이걸 더 줄여서 '9054' 이런 식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마디들을 서로 연결하는 부분/부품을 '페룰(ferrule)'이라 부른다. 대나무로 만드는 뱀부대에는 지금도 금속제 페룰 부품을 사용하지만, 요즘 낚싯대에는 블랭크 재질과 같은 카본 봉 등을 가공해 만드는 '스피곳(spigot)'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위 사진의 로드도 스피곳 방식. 눈썰미가 좋은 사람라면 눈치챘겠지만, 자세히 보면 1번과 2번 마디 사이는 연결방식이 조금 다르게 되어있다. 아마도 직경이 작아서 굳이...)
마디를 분리할 때 뽕~ 하고 밀폐되어 있던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나야 정상. 그렇지 않다면 수리나 청소를 하고 '페룰 왁스' 등을 사용해 연결부위가 딱 들어맞게 잘 결합되어야만 캐스팅 시 마디가 뽑혀 날아간다거나 헐거워진 연결 부위에서 부러진다거나 하는 참사를 피할 수 있다. (아무래도 불안하다면 결합 후 전기테이프 같은걸 덧감아도 된다.)
어딘가 부러지기 전까지는 어쨌거나 낚싯대로써 기능은 하기 때문에, 오래된 낚싯대를 중고로 저렴하게 입수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마디가 늘어날수록 무게도 좀 늘고 부자연스러운 휘어짐이 아무래도 캐스팅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2-3절 정도로 플라이 로드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차츰 낚싯대를 가지고 멀리 이동하는 일도 많아지고(길면 여행 다닐 때 아주 불편), 재료와 기술의 발달로 마디 숫자를 늘려도 별 차이가 없게 되면서, 현재는 9피트라면 4절 정도가 표준?처럼 되어있다. 즉, 2절이나 3절이라면 출시된지 좀 오래된 낚싯대일 거라는 이야기...
줄이 지나가는 통로가 되는 부품을 '가이드'라고 부르는데, 맨 끝을 '탑(top) 가이드', 손 가까운 곳 제일 큰 구멍으로 된 가이드를 '스트리핑 가이드'라고 부른다. 가이드도 생긴 모양에 따라 '스네이크' 와 '싱글 풋' 두 가지가 주로 쓰인다. (루어 낚싯대와는 달리 '가이드 링'은 안쓰거나, 쓰더라도 스트리핑 가이드 정도에나 쓴다.)
특히 탑 가이드는 사용하면 할수록 계속되는 줄과의 마찰로 닳게 되는데, 손상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라면 바로 교체해 줘야 라인이 상하지 않는다. (부품만 있다면 혼자서도 간단히 교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