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라는 주제를 포함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묘사는 없습니다
먼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간다. 이것은 특정 행위를 권장하려는 것도, 정당화하려는 것도,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비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생명 유지의 본능이 무엇보다 강한 생명 유지 기계인 인간이 왜 자의로 그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에 의한 고찰이다.
자해. 스스로를 해하거나 돌보지 않아 아프게 하는 행위. 이 행위는 주로 우울감 이후에 흔하게 따라붙는다.
왜? 우울감은 일반적으로 더 잘 살아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탓에 오는 괴리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해는 실질적으로 우울감의 타개에도, 우울을 불러온 상황의 타개에도, 궁극적으로는 생존에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기파괴적 행위에서 안식을 찾는 이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
첫 번째 가설, 즉각적인 호르몬 자극.
생존 본능이 가장 강렬한 인간으로서, 해당 본능이 위협당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목숨이 위협당한다고 느끼는 순간에 분비되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즉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중독 증세일 수 있다.
두 번째 가설, 파괴 충동의 충족.
화가 나면 본능적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어 분노의 원인을 원천적으로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 들듯이 우울 또한 마찬가지다. 분노와 우울의 차이에 대해 먼저 언급하자면 전자는 외부 요인에 화가 난 것이고 후자는 내부 요인, 즉 본인 자체에 화가 난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울 상태에서는 그 요인이 자기 자신이므로 파괴 충동이 바깥보다 본인 자신을 향할 수 있다.
세 번째 가설, 단순 오작동.
이는 약간 김이 새는 부분이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우울감은 뇌 기능을 빠르게 갉아먹는다. 우울감과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려는 에너지 재분배에 의해 뇌가 끌어다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성 부분일 수도, 감성 부분일 수도, 확률은 낮지만 본능 영역일 수도 있다. 만약 그것이 생존 본능 방향이라면 단순 오작동도 충분히 신빙성을 가진다.
네 번째 가설, 생존 본능의 마지막 발악.
이대로는 제대로 생존할 수 없다고 느낀 본능이, 아예 더 직접적인 목숨의 위협 상태까지 상황을 악화시켜 역설적으로 더 거대한 생존 욕구를 불러일으키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 의도적으로 본인의 생존 확률을 떨어뜨리면서 역설적으로 극한의 상황에서 본인의 생존욕구를 끌어올리려는 발악인 것이다. 극단적인 생존 동의와 동기, 사실은 내가 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죽음과 가까운 상태로 몸을 내몬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죽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과 가까운 상태를 만드는 행위가.
이 가설들은 강한 생존 본능을 거스르지 않고도 자기파괴적 행위를 진행하는 모순을 말이 되게 한다. 말하자면, 살기 위해 벌인 일이지만 반대로 생존 확률을 떨어뜨리는 모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