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도 무게도 없는 것들

by 물소금

한밤중, 문득 입김에는 그림자가 없다는 걸 눈치챘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모양은 눈에 띄지만 그 형체가 구체적이지 않다. 부피는 있을까? 이것이 가진 형태를 부피라고 할 수 있을까?


부피는, 관념적으로, 세상에서 차지하는 범위를 뜻한다. 입김은, 연기는, 차지하는 ‘부피’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자리에 입김이 있다고 해서 그 부분에 어떤 것이 자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은 관념적으로 비어 있지만 시선에서는 비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입김은 환각과 같은 수준의 공허일까?


그것 또한 아니다. 입김은 작은 수증기와 같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알갱이들이 모여 눈에 보일 만큼의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입김이 차지하는 공간은 분명히 있다. 아주 작고 성기지만 이것은 무언가의 덩어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존재하는 만큼 아주 작더라도, 어떤 것은 그것과 같은 자리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맞다.


이토록 성긴 구조물을 ‘구조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입김은 물체인가? 물체의 정의는 뭘까?


물체 物體

1. 명사: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

2. 명사: 물건의 형체.

3. 명사: 정신이나 의식이 없는 유형물. 삼차원적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형성물로서, 공간적 부피를 가진 것.


1. 입김은 아주 작지만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2. 입김은 형체가 있다. 적어도 눈에서는.

3. 입김은 정신이나 의식이 없는 유형물이며, 삼차원적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형성물이고, 공간적 부피를 가지고 있다. 아주 적지만.


그렇다면 입김은 물체가 맞다. 그림자가 없는 물체.


어쩌면, 입김의 그림자 또한 존재하지만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증기의 기본 재료는 물이다. 물방울에는 그림자가 있나? 허공에 떠 있는, 그림자가 생길 만한 환경의 물방울을 관찰해 본 적이 없어 알 수 없다.


하지만 수영장 바닥에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수면이 일렁이면 바닥에도 옅은 모양이 일렁인다. 그것을 그림자라고 할 수 있나?


물그림자는 일반적인 그림자와 성질이 다르다. 애초에 그림자의 유무만으로 물체와 비물체를 나누려는 의도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간 몸으로 접해 온 대부분의 물체는 그림자가 있다. 단단하고, 부피가 분명하고, 그림자가 있는 것들.


그것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입김에 이토록 정신이 팔리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