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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릇 Mar 20. 2022

밥의 품격

기품이 넘친다.

내외적으로 부침이 심한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혼자 밥 먹는 것쯤 대수롭지 않다. 코로나 시국에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하니 집에서 간단히 한 끼를 때운다. 누구라도 요리사로 만들어 준다는 밀키트도 활용해 보지만 엄연히 정성이 들어간 음식과 다르게 가벼운 맛이 난다.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맛의 깊이는 편리함과 트레이드오프 되었다.


1주일 넘게 부산 출장을 마치고 피곤한 몸이 빨리 집에 가라고 아우성이다. 일하다 보면 뭐하나 내세울 게 없는 내가 한없이 작아질 때가 있다. 이럴 때 엄마 밥이 먹고 싶어 진다. 그래서 조금 일찍 열차 시간표를 앞당기면서 서울이 아닌 오창으로 경로를 바꿨다. 집에 도착하니 익숙한 음식 냄새가 그동안 작고 가벼워진 나의 무게를 달리한다. 엄마의 정성이 닿은 탱글탱글한 꼬막무침과 시원한 북엇국에 매콤 달콤 입맛에 착 붙는 꽈리고추 볶음을 차례대로 먹으니 살 것 같았다. 첫 직장으로 서울로 가는 날 자식 덮어줄 이부자리를 홀로 들고 오시던 엄마. 갑자기 내린 비에 제 옷을 벗어 덮으셨다. 제 몸뚱이보다 자식의 물건이 소중했던 엄마의 정성은 음식에도 배어났다. 나는 강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마땅히 엄마 사랑은 내 것이니 음식 하나에 담긴 정성과 진심이 당연한 줄로 알았다. 이제야 엄마 밥이 나에 대한 존중, 자랑스러움, 사랑이 뒤 섞여 하나의 예술처럼 감각적이다.  

    

나는 그 밥처럼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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