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았다.
이제 3주 차에 들어간다.
그동안 빵이를 살펴본 느낌은
1. 한국어를 읽고 쓰기는 곧 잘한다. 그러나 아직 문장으로 말하기는 익숙지 않다.
2. 수학능력도 있는 편이나 나눗셈을 어려워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력이 높다.
3. 예술적 기질을 타고났다. 그림, 음악 등 무엇인가 창조적인 것을 잘한다.
4. 자존심이 강하고 완벽하고자 하는 성향도 있다.
낯설어서 그렇지 아마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이 아이의 끼를 마구마구 드러낼 것 같다는 느낌?
요즘은 되도록 문장을 짧게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려고 한다. 나는 빵이에게 베트남어를 알려달라는데 빵이의 발음이 빠르고 속삭이는 듯하니 못 알아듣겠다 ㅠㅠ
"빵아, '잘 가'를 베트남말로 어떻게 해?'
"땀비엣"
"방비엣?? 담벳?"
"땅비엣"
"당비엣? 방? 당? 땅?"
"땀비엣" (스윽 짜증을 낸다)
더 물으면 짜증 내면서 앞으로 안 알려줄 것 같아서 나는 늘 대충 알아듣고 대충 흉내를 낼 뿐이다. 빵이도 어쩌면 한국말이 저렇게 들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되도록 짧고 정확하게 말하려 애쓴다.
수업을 시작하는데 담당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손에 무엇인가를 잔뜩 들고.
"우와!! 멜로디언이 왔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빵아~ 우리가 기다리던 피아노가 왔어. 감사합니다 인사해야지."
피아노홀릭인 빵이를 위해서 학교 측에서 사주신 멜로디언. 학교에서 피아노로 연습하고 집에 가서 멜로디언으로 실컷 치라는 의미로 멜로디언을 선물 받았다. 본능적으로 선물인걸 아는 건지 빵이는 여태껏 본모습 중 가장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원래 수학수업을 하려 했는데 이미 환희에 찬 그녀의 눈은 멜로디언에 꽂혔다.
"빵아! 저기 조용한 곳에 가서 멜로디언 불어보자!"
"네~!"
빵이의 목소리가 이렇게 클 수도 있구나를 느꼈다. 옆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어서 최대한 자유롭게 연주해 볼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다. 멜로디언이라는 악기를 처음 본 그녀는 즐거움이 온몸으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이 호스를 여기에 연결하고 후 우우 불면 소리가 나는 거야."
역시 이해력 빠른 그녀는 호수를 꽂자마자 신나게 불어댄다. 피아노보다 건반수도 적고, 건반 크기도 작지만 그녀는 신이 났다. 연신 불더니 숨이 찬다며 헉헉 거리는 모습도 귀여웠다. 건반에 계이름을 붙이고 몇 번 불고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니 수업 끝.
야무지게 멜로디언 가방에 호스 주둥이를 수건으로 닦고 집어넣더니 알아서 챙긴다. 집으로 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피아노 치는 듯 즐겁다.
"교장선생님이 빵이에게 선물해 주셨으니까, 내일 아침 등교할 때 교문에서 '피아노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해. 알았지!?"
"피아노 감사합니다. 피아노 감사합니다."
그렇게 감사의 마음을 아침맞이(아침 교문 앞에서 매일 교장선생님은 전교생과 인사를 한다) 할 때 전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늘 세상 제일 행복한 빵이었다. 덕분에 나까지 행복했다.
뒷날 빵이에게 인사를 했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교장선생님이 "오늘 빵기가 아침맞이 때, '피아노 좋아' 하고 가길래 처음에 못 알아 들었는데, 보내고 나니 피아노가 재미있다는 말이었나 봐요"
교장선생님은 멜로디언이 어제 도착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고, 빵이는 '피아노 감사합니다'가 기억 안 났을 뿐이고... 어쨌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교장선생님도 너무 즐거워하셨고, 빵이도 나도 우리 모두 즐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