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나랑 너랑은

그림을 좋아해.

by No선생

얼마 전에 '대화'라는 단어를 배웠는데, 요즘 빵이 와 자불자불 대화를 한다. 이전에는 겨우 내가 스무 마디 하면 짧은 단답 단어를 한번 들을까 말까 했는데 요즘은 빵이가 먼저 문장으로 말할 때가 있다. 제법 우리 친해졌나 보다.


목요일 미술시간이 오전에 있어서 그런지 늘 무엇인가 그려놓는다. 오늘은 국어 시간이 시작되었음에도 빵이는 그리기에 열중이다.


"이거 누구야?"


"동생"

순간 아빠와 빵이의 모습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빵이가 동생을 목마 태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늘 국어 수업은 전통 줄다리기에 대한 것과 석빙고에 대한 이야긴데 빵이에겐 너무 어려워서 그림 그리는 것을 그냥 지켜봤다. 수학시간은 설명하면서 이해시키면 되는데, 국어는 좀처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한국말을 잘 아는 아이도 국어시간이 쉽지 않은데 오죽하랴.


색칠을 마치더니 가위를 꺼낸다. 이 녀석 또 완벽주의 성향이 바로 드러낸다. 플립북 만들기를 했나 본데, 완벽하게 잘라낼 곳을 찾아 가위를 이리저리 돌리는데, 도저히 가위로 자를 수 없는 틈새를 한참 보더니 나를 툭툭 친다. (요즘 뭔가 할 말 있으면 툭툭 친다)


"빵아. 이건 가위로 힘들겠어. 나중에 칼로 잘라줄게"


"도리도리"


그러더니 기어코 가위코로 어찌 종이를 찢더니 잘라낸다. 대단한 녀석이다.


오늘 석빙고 수업은 너무 어려워 (냉장고, 얼음도 얼마 전에 배웠는데 석빙고는... 설명하다 지친다) 책에 나오는 모르는 단어로 우리만의 수업을 조용히 했다. 지붕/기둥/천장/바닥/구멍 이런 단어가 본문에 나오길래 공책을 꺼내어 집 그리기를 했다. 다행히 나도 빵이도 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이럴 때 쿵작이 잘 맞는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가끔 그림으로 표현하면 한방에 알아듣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나는 2d 평면도로 집을 그리려 했는데, 기둥을 그리는 빵이의 그림이 이상하다. 알고 보니 빵이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 즉 3d를 구현하려 했다. 역시 영리한 녀석이다. 처음에 단어 공부하자고 할 땐 시큰둥하더니 이내 자기 집을 그려보겠단다. 그리고서는 혼자 '계단, 책상, 꽃, 변기...' 중얼거리면서 그림을 그려나간다.


집 한 채를 다 그리고 몹시 뿌듯해하였다. 나는 본의 아니게 빵이의 집 구조와 방의 쓰임새도 알게 되었다.

함께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우리 제법 잘 통한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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