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
4주 차.
빵이와 부쩍 더 가까워졌다. 이제 제법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게 말하고(?) 내가 굳이 말을 시키지 않아도 혼자 재불거릴 때가 있다. 주위에서도 빵이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다는 선생님들의 제보도 있고, 한층 밝아진 것 같다는 소식들이 전해진다.
옆 반 선생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한 한 문장
"뿌듯하시겠어요. 자기편이 한 명 있다는 게 이리 효과가 큽니다."
그녀의 말대로 사람에게 있어서 자기편 한 사람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에너지이다. 베트남에서 나름 우수학생 빵이가 한국 학교로 들어오면서 갑자기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마음을 두지 못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서포터 소샘이 나타났고 연신 감탄사를 연발해 주니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
분수 수업이 끝날 무렵 수학놀이 시간에 빨대를 가지고 악기 만들기를 했다. 다른 과목은 알아듣기 힘드나 예체능 쪽 수업에는 열성을 보이는 빵이. 빨대를 가지런히 놔두고 테이프로 연결해야 하는데 또 완벽주의 성향이 나타난다. 피리 부는 쪽이 삐뚤어질까 봐 자를 갖다 대고 테이핑을 하는데, 그 자도 일자 선이 정확해야 하기에 몇 번이고 주의를 주었다. (나는 자를 잡아주는 역할을 했기에)
악기를 만들고 남은 빨대로 손톱을 만들었는데, 역시나 기발한 빵이. 이럴 때 제일 신나 한다.
만들기를 끝내고 사진을 찍어주려는데, 몇 번이고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다. 이유는 입 옆 뺨 쪽에 점이 하나 있는데 그 점이 나오는 게 싫단다. 빵이의 미래 남자친구는 사진 오천장 찍어줘야 할 것 같단 상상을 했다.
자기애와 애국심이 넘치는 빵이. 무엇을 꾸밀 때면 늘 자기 이름을 한글로 쓰거나 베트남 국기를 그린다.
어느 날 빵이의 꾸밈에 태극기도 나타나길 기대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