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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턴트의 습격에 속수무책...

태극마크 달고 카슈미르에 첫 출전

by 다문화인

‘어, 우리 유엔초소 주변 공기가 심상치 않은데….’

초소 주변으로 몇몇 미상의 밀리턴트가 몰려들고 있는 듯하다. AK-47 소총과 중화기로 무장한…. 뭐지! 대낮이라 선명하다. 조금 지나니 그들 수가 배로 늘었다. 우리는 몇 명 안 되는데, 거의 무방비 상태다. 지원을 요청해야 하나? 그런데 무전기까지 고장이다.

그들이 초소 외곽을 포위해 온다. 이렇게 긴박한 상황은 처음이다. 우리의 움직임도 빨라지지만, 우리 옵서버들은 비무장, 매우 불안하고 당황스러운 기색들이 역력하다. 초소 내는 더욱더 긴박하게 돌아간다. 어떡하지? 이제 밀리턴트의 모습이 가까이에 보인다. 한둘이 아니다. 마침내 적들이 방아쇠를 당기려 한다….

타당 타당탕, 으악!




후유, 꿈이었구나.

무장하면서 평화에 반하는 도발이나 테러를 저지르는 이들을 이곳 카슈미르 현장에서는 ‘밀리턴트’로 칭하고 있다.


첫 부임지인 여기 길깃, 오전에 도착 후 점심을 먹었다. 시차 적응하라고 초소 고참인 라스가 배려해 줘서 잠시 눈을 붙였는데, 악몽을 꾼 건가…. 처음 해보는 해외파병 근무에 긴장이 되는 것 같다. 마음 가다듬고 현장과 할 일에 집중하고 매진하자, 파이팅!


큰 키에 콧수염이 있는 할아버지같이 생긴 스웨덴 장교 라스가 환영해 주었다.

“웰컴 투 카슈미르!”

현지 파키스탄이나 인도 군인도 콧수염을 기르는데, 콧수염이 없는 우리는 실제 나이보다 덜 들어 보이고, 이들은 반대로 더 들어 보인다. 여기에 나까지 단둘이다.


아, 네 사람이 더 있네. ‘로컬 스태프’라 불리는 현지 파키스탄군 병사들. 전령 겸 취사병, 운전병들.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 우리 옵서버를 위해 식사해 주고 활동 시 운전해 주기 때문에. 정전감시 장교인 군 옵서버Military Observer가 직접 운전하는 다른 대다수의 유엔 미션과는 대조적이다.

Local Staffs.JPG

여기는 주재국 양국과 유엔이 맺은 소파SOFA, 즉 주둔군 지위 협정이 그렇게 맺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자주 들어본 말이다. 반미 감정이 한창 고조되었을 때 부당한 협정이라면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시위하지 않았던가…. 외국군이 주둔하면 기본적으로 주재국과 협정을 맺는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흘러갔을 텐데….”

저녁 식사 시간에 라스가 운을 뗀다.

“아니면 되게 길게 느껴졌을 수도….”

“응, 정신이 없네. 하하, 유엔 임무는 처음이거든.”

“그렇지, 나도 첫 미션 생각이 난다. 동구권이었는데. 그럴 거야, 충분히 공감돼.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고, 우린 다 군사 전문가잖아.”


이어서 그는 전반적인 안보 상황과 임무 수행 관련 안전 브리핑을 해줬다. 난 귀를 쫑긋 세우고 '하나도 안 놓치겠어!' 정신으로 듣고 또 들었다. 현재 상황은 이렇다.

Big Mountain high village.JPG

2002년 카슈미르에서는 파키스탄과 인도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부 길깃 지역은 양국 간의 갈등으로 인해 심히 긴장된 상황이다. 이 지역은 카슈미르 분쟁에서 핵심적인 지역 중 하나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5월에는 양국 간의 강력한 교전이 발생하여 긴장을 더욱 증폭시켰다고. 이에 따라 주민의 치안과 안전이 매우 악화하였으며, 군사적 충돌과 총격으로 주민들은 공포와 위험에 노출되었고, 많은 주민이 대피해야 했고, 일상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했다고 한다.




대개 초소에 옵서버가 3명 이상이라서 2명이 외부로 활동을 나가면 1명은 초소 상황실에 대기하면서 외부 활동팀의 무전 응신, 본부의 통제 대응 등 당직 역할을 하며 일이 어느 정도 분담된다.

Gilgit-초소전경#2.JPG

하지만 우리처럼 2명이 있을 경우는 두 가지를 병행해서 다 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잘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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