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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 하천의 집라인

feat 파키스탄 꽃상여

by 다문화인

파키스탄에 첫발을 디디자마자 사로잡은 것은 단연 도로를 누비는 화려한 차량이다. 어릴 적 봤던 장례 행렬의 꽃상여가 아닐까? 마치 한낱 기계가 아니라 예술 작품이라도 되는 양, 형형색색의 장식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어떤 트럭은 꼭 화려한 꽃상여처럼 보이기도 하고,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장식으로 둘러싸인 차도 있다. 소형 트럭은 작지만,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꾸며져 흡사 아이들이 놀이에 사용하던 장난감을 현실로 끌어온 듯한 느낌을 줬다.


심지어 어떤 차에는 귀걸이나 목걸이처럼 반짝이는 장신구들이 치렁치렁 달려 있어, 그 과감한 화려함에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왜 이렇게 치장을 과하게 할까 궁금해진 나는 만나는 주재국 장교나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그들 대답을 종합해 보니, 그 화려함은 다름 아닌 서민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표현할 수 있는 문화적, 예술적 여백이었다. 어렵고 각박한 여건 속에서 이들이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로움이 바로 그들의 차였다.


그들에게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의 연장선이자 하나의 캔버스였다. 그러니 글자든 그림이든, 심지어 화려한 색상의 데코레이션까지 차에 가득 담아내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간혹 도로에서 사고로 넘어져 있는 트럭을 보면, 너무 과하게 꾸며져서 중심을 잃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화려한 외관 뒤에 숨겨진 현실의 어려움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다양한 교통수단이 눈에 띄었다. 승합차나 트럭에 매달려가는 승객을 자주 보았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위험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풍경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특히 마차가 아직도 다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앞뒤로 두 사람이 올라타면 맞는 크기의 나무로 만든 마차를, 붉고 눈에 띄는 수술 장식을 머리에 묶은 말이 끈다. 은박지로 장식한 차양막이 지붕처럼 뜨거운 햇빛을 가려준다. 차비는 50원.


군에는 여전히 군마 수송부대가 존재했다. 연대급이라는데 수백 마리 말이 있는 축사가 멀리서 보였고, 말은 현대적 운송 수단과 나란히 도로를 걷고 있었다. 어떤 말은 안장 대신 중국집 철가방처럼 생긴 금속 적재함을 지고 가기도 했다. 그야말로 이곳의 교통수단은 과거와 현재가 한데 뒤섞여 있었다.


더 나아가, '틱톡'이라 불리는 삼륜차와 흔한 오토바이, 일반 차량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이 공존하는 모습은 파키스탄의 다채로운 일상을 잘 보여주었다. 이 작은 삼륜차조차도 꽃상여처럼 장식되어 있어, 탈 것 하나하나가 진정 작은 예술품처럼 느껴졌다.




대박! 탈 것의 하이라이트!! 유격훈련이 루틴이 된 이곳 주민들. 30여 년 전 내가 유격훈련 중 산악 장애물 실습할 때 탔던 도르래를 단 ‘활차’와 닮아 보였다.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집라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하천 위를 건너는 유일한 수단, 다만 수동이다. 궁극적으로는 다리를 놓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여의찮아서 그렇겠지만 대략 이백 미터 폭쯤 돼 보이는 하천에서 한 사람 앉을 수 있는 쇠 안장에 걸터앉아 손으로 줄을 잡아끌며 미끄러지듯 잘도 건넌다.

‘00번 올빼미 도하 완료!’




길 따라다니다 보면 공터나 운동장에서 자주 보는 것이 있다. 바로 국민스포츠 크리켓이다. 얼핏 보면 야구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이 운동은 영국의 흔적을 강하게 남기고 있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크리켓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하는데, 그들을 보면서 크리켓이 이들 나라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드물게 볼 수 있었던 폴로 경기 역시 흥미로웠다. 말을 타고 스틱으로 공을 치며 득점을 올리는 이 구기 스포츠는 페르시아 왕실에서 유래한 것으로, 신라시대 화랑들이 즐기던 격구와 닮았다.




하루는 우연히 결혼식 장소를 지나게 되었다. 오, 이 사람들은 결혼을 어떻게 하나 호기심이 생겼다. 파키스탄 결혼 풍습은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창이었다.


결혼식은 신랑 신부 각각 다른 천막에서 진행되었는데, 남녀를 구분하는 이슬람 전통이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결혼식장은 낡고 소박했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의식은 화려하고 신성하게 느껴졌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으나 다행히 그치고, 밴드의 연주를 앞세워 신랑이 식장에 도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뿌우우웅-삐이이익-뿌오오오-" 파키스탄 밴드는 영국의 영향으로 백파이프를 자주 사용하며, 그 독특한 소리가 결혼식장에 울려 퍼졌다.


남성들은 평소와 달리 고급스러운 의복을 차려입고 있으며, 그 의복은 그날의 특별함을 더욱 강조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척 관계가 아닌 외간 남자인 나는 여성들이 있는 쪽에는 발을 들일 수 없었고, 그저 멀리서 신랑 측 의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결혼식은 간단한 의식이 아니라, 파키스탄의 오랜 전통과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다. 우리의 오래전 과거와 비슷하게 결혼식은 양가 부모끼리의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얼굴도 못 보고 혼인이 정해지고 예식을 하는 경우가 변함없이 존재했다. 파키스탄에서 연애결혼은 아직 드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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