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A C A I 사 카 이

기괴함과 여성스러움의 일본적인 재해석

by 정다면


사카이는 옷의 실용적 가치보다는 예술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전개되는 하이엔드 브랜드이다. 그 때문에 이 코너에서 다루기에 다소 거리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일본 출신 디자이너들이 공유하는 특유의 감각에 대해 분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욕심을 부려보았다.

일본 문화는 -감히 지나치게 단순화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경각심을 전제로- 적어도 두 가지 상이한 매력을 축으로 전개되어왔다고볼 수 있다. 하나는 단정하고 정적이고 고요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서정적이기까지 한 측면, 또 다른 하나는 기괴하거나 잔인하고, 정신 없을 정도로 화려한 측면. 그러나 이 두 가지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면, 두 가지 모두 어떤 정적인 감각을 공통 토대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그것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반면 다른 하나는 소름끼치는 혼돈 속에서 은밀히 드러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른 문화권에서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를 통한 긴박함으로 충격과 공포를 자아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 문화에서는 가장 끔찍한 장면에서 전개를 질질 끌거나 아예 멈춰버림으로써 색다른 공포 혹은 기괴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일본 영화 <고백>은 이 후자의 측면을 아주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하겠다. 선홍색 혈액이 흰 벽과 천장에 튀는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편집한 것이 그 정점에 있다.


tumblr_o1u0c6jTpz1rfx24fo1_540.gif 영화 <고백> 중에서
c0010341_4e1b0ed60a2c5.jpg 영화 <고백> 중에서
002f1dff.jpeg 영화 <고백> 중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일본 브랜드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꼼 데 가르송 또한 이러한 감각의 연장선상에 서있다. 소름끼치도록 기괴한 느낌보다는 키치하고 장난스러운 기괴함이 더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정신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이미지를 정제되고 견고한 실루엣에 우겨넣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_CDG0385.jpg Commes des Garcons 2018 S/S Ready-to-wear
_CDG0331.jpg Commes des Garcons 2018 S/S Ready-to-wear
_CDG0225.jpg Commes des Garcons 2018 S/S Ready-to-wear
_CDG0083.jpg Commes des Garcons 2018 S/S Ready-to-wear
KIM_0581.jpg Commes des Garcons 2018 F/W Ready-to-wear
KIM_0472.jpg Commes des Garcons 2018 F/W Ready-to-wear


8년 간 레이 카와쿠보의 꼼 데 가르송에서 패턴 커터로 일하고, 이어서 준야 와타나베에서 커리어를 이어간 아베 치토세(阿部千登勢)도 일본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아베 치토세의 사카이는 여기에 중후함과 여성스러움을 조금 더 가미한 컬렉션을 전개해왔다. 그 핵심은 다채로운 패턴과 색감, 정교한 테일러링, 믹스매치, 레이어링에 있다. 사카이 컬렉션에서 특히 놀라운 점은 매 해 다양한 패턴을 활용하면서도 이들을 관통하는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해나간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실험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축, 어느 하나만 잘해도 선전했다고 볼 수 있는 패션계에서, 사카이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10여년에 이르는 착실한 실험과 학습 과정이 있었다. 1999년 창립되어 2010년 F/W 파리 쇼에 컬렉션을 올리기까지, 사카이는 일본 국내에서 내실을 다지는 단계를 거쳤다. 확실히 세계 무대에 데뷔하기 이전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레이어링이나 디테일의 정교함이 지금에 비해 덜한 것을 알 수 있다. 보다 간결하고 가벼운 느낌이 두드러진다.

041.jpg 2008 S/S collection
0216.jpg 2008 S/S collection
sacai-09aw_02.jpg 2009 F/W collection
sacai-09aw_01.jpg 2009 F/W collection

파리 쇼에서 선보인 2010년 F/W Ready-to-wear 컬렉션에서는 지금의 사카이의 특징들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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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의 성장은 이 이후에도 계속된다. 2015, 2016, 2017년 컬렉션은 별도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아래는 사카이 홈페이지에 게시된 브랜드에 대한 소개글이다.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에 의해 199년 도쿄에서 시작.
사카이의 컬렉션은 < 입고 싶은 것을, 입고 싶은 때에, 입고 싶은 방식대로 입는다 >라는 아베의 생각을 구현하고 있다. 니트와 섬세한 소재들로 대조적인 텍스쳐를 나타내도록 조합하고, 이를 혁신적인 실루엣으로 재단한다. 컬렉션은 기본적으로 여성스러운 감각을 나타내는 한편, 아베의 목표는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이고,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옷을 만드는 것에 있다. 자신의 일상생활과 타인을 관찰함으로써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컬렉션들은 베이직하고 클래식한 아이템들을 무너뜨리고 변형하면서 특유의 우아함을 자아낸다. 특정 계기에 머물지 않고, 나날이 새로운 장면들로부터 구축되는 < 일상 위에서 형성되는 디자인 >을 컨셉으로 삼고 있다.

2009년 봄, 사카이의 맨즈 컬렉션이 시작됨.
우먼즈컬랙션과 동일한 철학과 접근을 토대로 만들어져 역시 우아함을 담은 아이템들로 구성되었다.
2016년 및 2017년 S/S 런웨이에서 사카이는 처음으로 백 컬렉션을 발표했다. 기본적인 백 디자인을 원형으로 하되, 사카이의 시그니쳐인 < 하이브리드 > 미학을 활용하여, 색다른 백을 제작해오고 있다.

2009년 10월부터, 우먼즈컬렉션으로 파리패션위크에서 쇼를 시작했다.
현재 우먼즈, 맨즈를 아울러 각 시즌 별 최신 컬렉션을 파리에서 발표하고 있다.
2011년 9월에 플래그쉽 스토어를 도쿄, 히가시아오야마에 오픈. 건축가로는 자연과 인공물, 안과 밖, 새 것과 옛 것 등 상반되는 요소들을 융합해온 후지모토 소우씨를 발탁하였다. 사카이의 브랜드 비전을 반영하는 것 뿐만 아니라, 도쿄라는 도시의 역동성, 도쿄 컬쳐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스토어의 컨셉이다. 점내에서는 사카이의 우먼즈, 맨즈 컬랙션을 포함은 모둔 라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들의 제품들은 테마에 따라 섞여 디스플레이되고 있다.

아오야마점에 이어서 홍콩과 베이징, 서울에도 스토어를 오픈하였다. 사카이의 컬랙션은 현재 세계 40개국 230개 이상의 점포에 판매되고 있다.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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