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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 박하림 Aug 01. 2020

래퍼 로직 LOGIC

스타일리쉬? 스나이퍼? 그보다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워서 좋아.




자신의 내적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오그라들지가 않아!





    아침에 동생이랑 (아니 근데 벌써 열 시라니;;) 래퍼 루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LOGIC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동생은 루피를 정말 좋아하는데, 나는 비슷한 이유로 로직을 정말 좋아한다. 보통 래퍼는 스타일리시 해서 좋아하거나(나의 경우 씨잼이나 타일러 같은 이들), 스나이퍼 같은 치밀한 면이 있어서 좋아하거나(내게는 이센스, 김심야 같은 사람들?), 그냥 웬만한 회화작가, 설치작가들 뺨 후려치는 예술가라서 좋아하는데(켄드릭!! 아 사실 타일러도 약간 그렇긴 하다), 로직은 순수하고 사랑스러워서 팬질을 하게 된다. 팬질을 한다고 보기엔 로직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는 하지만, 뭔가,, 뭔가 정말 순수하고 솔직하다. 



    사실 순수함과 저돌적인 솔직함은 일견 굉장히 어울리면서도 공존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사람이 순수하다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해 순수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그들의 순수함을 쉽게 신뢰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이 타인의 순수함을 믿고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었다가는 상처투성이가 되기 십상이다. 순수한 사람들은 상처투성이가 된 그 지점에서 선택지를 갖게 된다. 순수함을 지키고 다른 이들로부터 고립될 것이냐, 순수함을 버리고 같이 썩어갈 것이냐, 순수함도 지키고 저돌적인 솔직함을 다져나갈 것이냐. 사실 성향상 순수함을 버리기 어려운 유의 사람들은 첫번째 선택지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저기 꼭꼭 숨어서 몰래 자기 창작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무해한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째를 택한다. 나도 지금은 두번째에 해당하는 것 같다. 두번째에 속했지만 순수한 면면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나의 마음을 가장 끄는 사람들은 세번째를 선택지를 택해서 성공적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로직이 그렇고, 이센스도 사실 그렇다. 다만 이센스는 로직보다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훨씬 노련한 느낌이고, 아마 커트 코베인 같은 순수한 라커들을 좋아한 사람들이 내가 로직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찌되었건, 한편으로는 순수함을 지키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한 표현을 저돌적으로 전개해 나가되, 다른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쏟아지는 외부로부터의 저항을 이겨내는, 이겨내려고 분투해나가는 모습이 내게 끊임 없이 자극을 준다. 누군가 '도대체 솔직한 자기 표현이 뭐가 그렇기 중요하냐'고 물으면 솔직히 나는 '그냥 난 그래야 살맛이 난다'고 밖에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인 걸.



    로직은 한편으로 개쩌는 래퍼이기도 해서 정말 소름 돋게 멋있는 곡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Buried Alive이다. 자신만만한 사람들은 애초에 이런 가사를 스스로에게 들려주기 위해 쓸 필요가 없다. 순수함을 지키면서도 나아가야 하니까, 그것 말고는 자기가 살 이유가 없다는 걸 너무 여러 번 확인했으니까 스스로 이런 곡을 써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 가사가 머릿속에 떠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기의심을 품어야 했을까 가늠하다보면 로직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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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말인데 (ㅋㅋㅋ김아리의 워커홀릭, 아니 놀이홀릭인가 일조차 노는 일로 대체하려고 하니까 ㅋㅋ) 이번 호를 무사히 마치면 다음 호는 <저마다의 강박>,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어떤 강박을 주제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여성인권운동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서 그에 걸맞는 활동과, 소비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걸맞는 소비생활이라는 게 만드시 모든 소비가 그런 가치관에 따른다는 건 아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크게 고려하지 못하는 요소를 중요시 하는 정도.) 나도 그렇다. 추상적이기는 한데, 나는 자기 표현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이고, 다른 사람들을 볼 때도 그들의 자기 표현에 관심을 갖는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면 그가 자기표현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잘 보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를 즐긴다. 적어도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이런 의미에서의 고집을 최소한 한 두개씩은 가지고 있다, 요란스럽게든 조용히든. 


설레는군.



이렇게 도파민정키는 권태감의 산을 또 한 번 넘었습니다.




https://youtu.be/y_PigHWJEMw


내가 가장 좋아하는 로직의 곡 Buried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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