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의 유쾌한 블루 블루블루 재팬과 일본의 전통 문화
전통 문화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적어도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전통 그대로를 재현해서 그것이 가진 시간성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 다른 하나는 현대의 색채를 덧입혀 새로운 감각적 가치를 부가하는 것. 사실 한 나라 내지는 사회의 전통이 지니는 개성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모양, 패턴, 색감에 비해 훨씬 입체적인 깊이를 지닌다. 그 때문에 재현이든 재해석이든 어느 하나 쉽지 않다.
일본의 현대 문화, 예술의 흐름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재현과 재해석 모두가 다채롭고 역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당한 수의 이들이 자국 문화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지니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문화에 대한 역사적 연구와 예술적 탐구 사이의 괴리가 큰 편으로 보인다. 한국 토종 브랜드들은 대체로 한국 고유의 감수성 보다는 헤드 디자이너 자신의 개성에 의지하는 편이 크다. 그 덕에 한국의 패션신은 상당히 다채롭지만 그속에서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찾아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차이는 아마 역사적 흐름의 단절의 정도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우선 일본은 외세에 의한 외부 문화의 유입이 점진적이고 자연스러웠다. 17세기에 시작되어 18세기에 걸쳐 적극적으로 서구의 문화를 받아들인 덕에, 독자적으로 축적해온 생활 상에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융화시킬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세기 초반까지 중국을 통한 교류 이외에는 외부 문화의 유입이 그리 크지 않았고, 그것의 영향을 받는 계층도 상류층에 제한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외부 문화의 유입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생활상'을 바꿔놓을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그런 배경에서 20세기 초반 일본의 강압적인 식민 문화정책으로 한꺼번에 고유의 문화와 생활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일본을 통한 서구 문화가 유입되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류층 시민들에게는 전통문화가 쓸려나간 빈자리를 외래문화로 메꿀 기회가 주어졌지만, 대다수의 서민들은 물질적 빈곤으로 인한 문화적 빈곤을 면치 못했다. 다시 말해, 일본과 우리나라는 역사적 정체성의 지속성에 있어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두번 째로, 전후 60년대 후반부터 성장세를 회복하여 70년대, 80년대, 90년대 초반까지 물질적 풍요를 누렸다. 우리나라로 치면 80년대 학번들이 졸업만 하면 회사에서 모셔갔다는 그 시절이 일본은 최소한 10년 정도 더 이어진 셈이다. 그 배경에는 한국 전쟁으로 인한 군수 산업의 활황, 미국의 생산기지로서의 제조업 성장, 유일무이 아시아의 금융허브로서의 자본시장 활성화, 특유의 장인 정신 문화를 토대로 한 고도의 기술 혁신 등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성장의 결실은 금새 문화 예술 분야로 유입되었다. 그 경로는 다양하다.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이 예술 재단을 마련하기도 하고, 학교에 기부를 하기도 하고, 직접 문화 예술 관련 사업을 일구기도 하고, 하다못해 예술적 소질을 보이는 본인의 아들이나 딸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도 하였다. 70년대의 가파른 경제 성장은 80년대의 문화 산업의 폭발적인 확장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일본 문화의 거장으로 고려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곡가 히사이시 조, 류이치 사카모토,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인물들도 40-50년대 생으로서 이 시기에 왕성한 성장과 성취를 이루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전쟁을 겪고 이제 다시 잘 살아보자고 외칠만 해진 것이 이미 70년대였다. 뒤늦게 추격을 시작해 한국이 정말 살만 해진 것은 80년대 후반이었고, 그마저도 10년을 채 지속하지 못한 채 90년대 말 IMF 위기로 꺾이고 말았다. 즉, 한국에서는 물질적 풍요를 토대로 문화적 성황을 이룰만한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는 나로서는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특히 블루블루 재판, 캬피탈과 같이 일본 전통문화의 색채가 아주 진하게 묻어나면서도 현대적 유니크함을 놓치지 않는 브랜드를 접할 때면 그렇다. 17세기 고흐를 매료시켰던 우키요에 판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블루'가 일본을 잘 드러내는 컬러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쨍한 파란색이 일장기의 '히노마루'와 같이 동그란 모양으로 고여있는 형태라면 그보다 더 일본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블루블루 재팬의 컬러 코드는 그렇게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고 있다.
캬피탈이 일본 문화를 유목민 감성과 약간의 난해한 독창성을 더하여 풀어냈다면, 블루블루 재팬은 좀 더 대중적 입맛에 호소하는 편이다. 블루블루 재팬의 아이템들은 '귀엽다!'는 인상을 준다. 부담 없이 무난하게 멋을 낼 수 있는 제품 위주로 만들고, 그들이 내는 룩북도 그러한 코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캬피탈보다는 미국이나 유럽권 스타일에 잘 융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미국 여성복의 경우에는 메이드웰(Madewell)이나 앤트로폴로지(Anthropology) 등 얌전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여성들의 스타일에 위화감 없이 스며들 수 있을 것 같다.
블루블루 재팬의 2018 S/S Collection Mens
2018 S/S W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