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극복할 때가 되었다.
브런치에 저장된.. 쓰다만 글: 2016년 11월 23일
(내가 이런 것도 써놨었다니;;)
대학교 1학년 시절, 나는 운전면허증을 땄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운전면허증을 보유하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나도 합류했다.
면허증을 땄으니 이제 운전을 좀 해야겠는데, 아무도 내게 운전연수를 시켜주지 않았다. 나 말고도 이미 운전에 익숙한 운전자가 우리집엔 세 명이나 있었음에도 말이다. 우리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건 겁이 없어서 운전 막 하고 다닐거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얼마나 부드럽게 운전하는데. 차간거리 하나는 확실히 확보했고, 브레이크와 엑셀은 자고로 서서히 밟아야 하는 거라는 철칙을 가졌는데.
하긴... 내가 겁이 별로 없긴 했지. 나는 그걸 두고 '용감했다'고 표현하고 싶지만.
그렇게 나의 운전면허증은 장롱에 처박혀 15년여의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출산 후 육아휴직 복귀 직전, 도로 연수를 받은 후 나는 차를 몰고 도로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운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두 번의 접촉사고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그 외에 주차장을 긁은 것도 두어번 있었다. -_-)
두 번의 사고는 결과적으로, 운전에 익숙치 못한 상태에서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발생했다.
첫 번째 사고 상대는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던 중에, 보행 신호가 와 있는 신호등 앞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려던 순간이었고(비보호 좌회전은 직진 신호에서 해야한다는 사실을 나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내 우측편에 있던 아파트 입구에서 나오려던 그 오토바이 운전자는 내가 직진 차량이라 그저 신호 앞에서 기다리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좌회전 하려던 나는 내 우측편에서 슬금슬금 나오는 오토바이를 보며 주저했고, 오토바이가 멈추기에 다시 움찔움찔 좌회전을 하려 움직이던 찰라, 그 오토바이는 내가 서는 줄 알고 다시 달려나왔다. 그러다 결국, 접촉사고가 났다.
그 오토바이 운전자는 내 차와 부딪히는 순간 '어,어' 하며 오토바이에서 사뿐이 내려선 게 다였다. 아, 내 차 앞범퍼에 살짝 걸리는 바람에 오토바이 발판의 고무패킹이 찢어지긴 했었다.
수리비 한 삼만원 나오겠다며 연락처를 받아들고 사라진 그 오토바이 운전자는 갑자기, 오토바이에서 연기가 난다는 둥, 본래 허리가 안좋은데 사고 후에 온몸이 아파 입원을 해야겠다는 둥..
결국 그 사고는 보험처리를 했다.
그리고 난 아직도, 그 오토바이 운전자가 내 바로 코앞에서 리얼하게 욕을 내뱉던 순간이 잊혀지질 않는다.
두 번째 사고는 버스와의 접촉사고였다.
이웃집 아이와 그 엄마, 나와 우리 아들까지 네 명이 타고 가던 중이었는데, 아이들이 졸린 시간이라 뒷좌석에 앉아있던 아이들의 칭얼거림이 작렬하던 순간이었다. 마음은 급하고 혼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나는 우회전을 해야 했는데, 직진 차들 사이에 끼어들 타이밍을 잡으려 우물쭈물 눈치를 보고 있었다.
가도 되나? 아니, 아직 아닌 것 같아. 가도 되나? 갈까? 말까?
망설이려면 가만히 서서 기다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마음의 갈등이 일어 또 움찔움찔 움직이던 중에 3차로에서 4차로(내가 끼어들려 했던 제일 바깥차선)로 차선을 변경하며 들어서던 버스 뒷부분이 내 차 앞범퍼를 긁었다.
그 당시 거대한 버스 벽면이 내 눈 앞으로 돌진해오던 모습은 제법 살벌했다. 버스를 세운 아저씨는 궁시렁 거리며 버스 뒷편을 살폈지만, 당췌 어떤 게 방금 긁힌 자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버스 벽면엔 이미 예전에 긁힌 자국들도 여러 개 있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차 도색값으로 현금 삼만원을 요구했고, 내 과실 비율이 더 적은 것 같다는 생각에 영 찝찝한 기분이었으나 일단 빨리 사고 협의를 마무리 하고 싶단 생각에 삼만원을 기사에게 쥐어주곤 끝냈다.
초보 시절에 겪었던 이 두 번의 사고로 인해 나는 운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났다.
운전을 할때면 몹시 긴장되고 걱정됐다. 내 옆에 저 차가 갑자기 차선을 변경해서 끼어들면 어떡하지? 저 덤프 트럭 기사가 졸아서 갑자기 덮치는 건 아닐까? 도로 위엔 온통 '못믿을 것들' 천지였다. 심지어, 내가 깜빡 잠이 들면 어떡하지? 잠깐 한눈 팔다가 어디 박는 거 아닐까? 고속도로에서 이렇게 달리다 사고가 나면 엄청 많이 다칠텐데... 걱정은 끊이지 않았다. 아, 세상엔 이다지도 걱정거리가 많았던가.
운전할 때면 극도의 긴장감에 온몸에 힘이 들어갔고, 스트레스도 은근 컸다.
그 두 번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두려움 따윈 없이 거침없이 운전하고 다니며 지금보다 훨씬 숙련된 운전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꼭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종종 차를 몰고 나가 혼자 드라이브을 즐기곤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막 시작하려는 찰라에 경험했던 두 번의 사고는, 나의 거침없었을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2025년 4월 12일,
드디어 나에게도 '내 차'가 생겼다. 비록 중고지만, 무려, 나의 오랜 로망이었던 '빨간 차'!
사실 다른 여자 사람들이 본인의 차를 소유하고 자유롭고 능숙하게 운전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내심 부러웠다. 하지만 내게는 그간, 내 명의의 차를 소유할 명분이 없었다. 결혼 후 줄곧 남편과 같은 회사를 다니며 한 차로 다녔고, 작년에 이직한 새 직장은 서울 마포구라 대중교통 이용이 당연했다.
하지만 새로 구한 직장은 집에서 멀지는 않지만 대중교통으로 다니긴 애매해서, 승용차론 20분 거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50분이다. 이런 애매한 지리적 위치는 나에게 차를 소유할 정당한 기회를 선사해 주었다.
이제 어디선가 우물쭈물 운전하고 있는 빨간 차를 보면, 우리 가족을 비롯한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임을 대번에 알아보겠지.
아무려면 어때. 내가 기쁘고 신나면 됐지.
이제 나의 로망 빨간 차와 함께, 내 오랜 트라우마를 극복할 때가 되었다.
(새것처럼 세차되어 있던 '내 차'는, 주말 사이 내린 비로 지금은 거지꼴이 되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