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사계절이 피는 산장 (2)

by 달빛타래

“엄마의 말이 진짜였어!”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치던 웬디는 곧바로 꽃잎의 끝이 아주 조금씩 시들어 가는 것을 발견했다. 선명하던 붉은빛이 옅어지고, 가장자리는 마른 잎처럼 바스러졌다. 정신이 번쩍 든 웬디는 시간이 없음을 깨닫고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자주 입는 옷, 지갑, 엄마와의 흔적이 담긴 상자까지 어떻게 구겨 넣자, 꽃잎은 이미 절반 가까이 시든 상태였다. 곧바로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현관 문고리를 잡은 웬디가 멈칫했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신발을 신고 책상 서랍을 열었다. 거기에는 마트에서 해고당할 것을 대비해 미리 뽑아놓은 이력서가 있었다. 이력서를 반으로 접어 외투 주머니에 집어넣은 그녀는 꽃잎이 완전히 시들기 전 간신히 현관문을 열었다.

딱딱한 회색 건물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서 있었다. 그 비현실적인 변화에 놀란 웬디는 코끝을 스치는 흙냄새와 나뭇잎들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흙길 위에 발을 들였다. 직후, 쿵 소리와 함께 뒤편의 문이 닫혔다. 깜짝 놀란 웬디가 뒤를 돌아봤지만, 그녀가 들어왔던 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대신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안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웬디는 그제야 자신이 어딘지도 모를 낯선 숲에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침을 꿀꺽 삼킨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웬디의 경계는 빠르게 흩어졌다. 머리 위로 겹겹이 쌓인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며 흙길 위에 금가루처럼 흩뿌려졌고, 길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를 건넸다. 누군가는 숲의 일상을 두고 지나친 감상이라 할지 모르지만, 신발을 통해 전해지는 푹신한 흙의 감촉은 평온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웬디는 크게 숨을 들이켜 숲의 풀 내음과 흙냄새를 만끽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흙길 옆에 세워진 나무 표지판 하나가 웬디의 시선을 끌었다. 투박하게 깎인 나무판 위에는 ‘에드먼드의 마법산장’이라는 글자가 정갈한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반면, 그 옆에 그려진 3층짜리 산장 그림은 원근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조잡했다.


“에드먼드... 에드먼드!”

주인의 미적 감각을 걱정하던 웬디는 이내 에드먼드라는 이름이 엄마에게 초대장을 보내준 마법사라는 걸 깨닫고 안심했다. 하지만 표지판 하단부에 빨간 페인트로 적힌 경고문을 보자마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해당 숲은 결계석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사유지로 초대장 없이 무단출입을 금합니다. 만약 초대장 없이 우연히 숲에 흘러들어왔을 경우, 성급하게 되돌아가지 마시고 곧바로 언덕 위의 본관으로 찾아오시길 바랍니다. 숲의 안개에 휩쓸릴 경우, 공간의 틈새로 빨려 들어가 구조 작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웬디로서는 ‘결계석’이나 ‘공간의 틈새’ 등은 외래어나 다름없는 말이었지만, 구조가 어렵다는 말을 보니 안전하기만 한 장소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경계하듯 앞으로 걸어간 웬디는 세 갈래로 뻗은 갈림길과 새로운 표지판을 발견했다.


[↖ 사계절 별채, 다섯 번째 별채 350m / 본관 500m]

[초원, 은빛 호수 700m →]


표지판 위에는 두 방향으로 뻗은 화살표와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려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웬디는 은빛 호수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오래전 엄마가 들려주던 동화가 떠올랐다. 혹시 요정들이 달빛을 잔에 담아 마셨다던 그 환상적인 이야기의 배경이 이곳일까. 웬디는 잠시 오른쪽 숲길을 바라보며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언덕으로 이어진 오르막길로 향했다.


경사가 완만한 언덕을 따라 올라가던 웬디는 우연히 오른쪽 숲길 사이로 믿기지 않는 풍경을 목격했다. 분명 날씨는 묘한 서늘함을 머금고 있었는데, 그곳만 시간이 역행한 듯 연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기묘한 광경에, 웬디는 입을 벌린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녀는 당장 저기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고 본관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침내 언덕 꼭대기에 다다르자, 석재와 고동색 목재로 지어진 산장의 본관이 웬디를 맞이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벽에는 녹색 넝쿨 식물이 단단히 감싸 안고 있어, 산장 전체가 숲의 일부인 것처럼 보였다. 웬디는 떨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을 두드리기 위해 팔을 들었다가 현관문 옆에 달린 참새 모양 놋쇠 종의 줄이 보여 그것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숲의 정적을 깨우는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시 후, 문 너머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웬디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윤기가 도는 잿빛 머리카락이 단정하게 빗겨 넘겨져 있고, 그 아래로 깨끗한 바다를 응시하는 듯한 푸른 눈동자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정확히 맞물려 있는 셔츠의 황금색 단추와 주름 하나 없이 다려진 버건디색 조끼는 남자의 깔끔한 성격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다.


“아, 안녕하세요? 혹시 산장의 주인이신 에드먼드 씨인가요?”

긴장한 탓에 첫마디를 절었지만, 웬디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남자는 눈을 위아래로 움직여 웬디의 겉모습을 빠르게 훑어본 뒤 답했다.


“제 이름은 에드먼드가 맞습니다. 그러는 그쪽은 누구시죠?”

“저는 웬디라고 해요. 에드먼드 씨의 초대장을 통해 이 숲에 도착했어요.”

웬디의 입에서 나온 초대장이라는 말에 약간의 의심이 섞여 있던 에드먼드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아, 손님이셨군요. 어서 오세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현관문을 활짝 연 에드먼드는 뒤늦게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잠시만요. 작년에 보내드린 초대장 중에 웬디라는 이름은 없는데요. 정말 제 초대장을 통해 숲에 오신 게 맞습니까?”

“제가 받은 초대장이 아니라 저희 엄마가 받으신 거예요. 성함은 메리라고 해요.”

웬디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에드먼드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사라진 줄만 알았던 은색 초대장이 어느새 그의 손바닥 위에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이 초대장을 말하는 겁니까?”

“그게 어떻게?”

당황한 웬디가 되묻자, 에드먼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입을 맞춘 초대장은 입구를 열어주고 제 손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야 어떤 손님이 오시는지 미리 알고 준비하니까요. 그런데 메리라,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요.”

에드먼드는 봉투 한가운데 찍힌 꽃 모양 각인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그의 눈빛에는 아주 오래된 기억을 더듬을 때 나오는 그리움이 엿보였다.


“저희 엄마를 기억하시나요?”

“기억하다마다요. 주변 전경이 참으로 아름다운 산골 마을에 살던, 아주 말괄량이 꼬마 아가씨였죠. 메리 덕분에 근처 계곡 깊숙한 곳에서 피어난 들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초대장 봉투에 찍힌 각인이 바로 그 꽃을 본뜬 겁니다.”

점잖아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에드먼드는 메리와 만났던 일을 막힘없이 술술 쏟아냈다. 웬디는 그가 겉모습과 달리 수다스러운 면이 있다는 걸 금방 눈치챘다.


“그런데 메리는 왜 같이 오지 않고 그쪽만 이곳에 찾아온 겁니까?”

이어지는 에드먼드의 질문에 웬디의 고개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의 표정에 드리운 그늘을 발견한 에드먼드는 유쾌한 회상을 멈추고 안타까운 기색을 내비쳤다.


“엄마는 10년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에드먼드는 낮게 읊조리며 초대장을 조용히 갈무리했다. 그리곤 고민이 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실 이 산장을 운영하는 동안 다른 사람의 초대장을 들고 찾아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네요.”

말끝을 늘어뜨리던 에드먼드는 고민 끝에 말했다.


“어쨌든 제가 발부한 초대장을 사용한 것 맞으니, 손님으로 대접하겠습니다.”

손님이라는 환영 인사에 웬디의 가슴은 오히려 철렁 내려앉았다. 손님은 언젠가 이곳을 떠나야 하는 존재였다. 웬디는 엄마의 흔적을 따라 도착한 이 동화 같은 숲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웬디는 그 기간이 절대 길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혹시 여기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오늘 일하던 곳에서 잘려서 실직자 신세거든요.”

“일자리?”

에드먼드는 예상치 못한 물음에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탐탁지 않은 듯한 그의 표정에 마음이 조급해진 웬디는 빠르게 덧붙였다.


“혹시 몰라서 이력서도 가져왔어요!”

웬디는 이력서를 챙긴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종이가 구겨지지 않게 한 번 접어서 왔지만, 꺼내는 손길이 서툴러 모서리가 살짝 휘어 있었다. 당황한 웬디는 재빨리 그 부분을 반듯하게 펴고 종이를 내밀었다. 흰 종이 위에는 공공기관에서 양식을 뽑아온 듯한 이력서가 적혀 있었다.


경력 사항이라고 적힌 표에는 청소, 세탁, 서류 정리, 아이 돌봄, 물류 창고 정리 등 깔끔한 글씨로 적힌 내용이 빽빽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이력서를 받지도 않고, 심지어 눈길도 주지 않았다. 대신 종이를 건네는 웬디의 손에 시선을 두었다. 긴장한 탓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손에는 나이대에 걸맞지 않은 굳은살과 흉터가 가득했다.


“요즘 애들은 죄다 이력서니, 경력이니, 그런 것부터 따진단 말이야. 막상 살면서 중요한 게 뭔지 잃어버리면서 말이야.”

에드먼드가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웬디는 그가 무리한 부탁에 화가 났다고 생각해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에드먼드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본관 안쪽에서 퍼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앵무새 한 마리가 에드먼드의 어깨에 착지했다. 초록색 깃털과 붉은 얼굴이 인상적인 앵무새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말을 했다.


“주인장, 저 사람은 애가 아니야.”

“겉모습이 어른이라고 다 어른은 아니야.”

“까악! 그러면 주인장도 요즘 애야!”

앵무새가 자신을 놀리자, 에드먼드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 성가신 앵무새 같으니!”

“주인장은 바보다! 난 까마귀다!”

웬디는 사람처럼 유창하게 말하는 앵무새와 에드먼드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멀뚱멀뚱 서 있었다. 에드먼드는 그런 웬디의 모습이 못내 신경 쓰였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넣어두세요.”

“네?”

“이력서요. 여기에 그런 건 필요 없으니까.”

웬디는 엉거주춤 이력서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에드먼드는 팔짱을 낀 채 그녀를 흘끗 쳐다봤다.


“우선 이 주변부터 한 바퀴 둘러 보고 오세요.”

“본관을요?”

“본관과 별채, 그리고 초원과 호수까지 전부요. 적어도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고용할 것 아닙니까?”

“네, 네!”

웬디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에드먼드는 어깨에 내려앉은 앵무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산장 가이드는 여기, 앵무새인 펠이 해줄 겁니다.”

“까악! 난 앵무새가 아니라 까마귀야!”

“그래, 넌 이제부터 가이드 까마귀야.”

에드먼드가 마지못해 까마귀라고 인정해 주자, 펠은 순순히 날개를 펼쳤다가 접으며 웬디의 어깨 위로 날아올랐다.


“날 따라와!”

펠은 산장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말하고 안쪽으로 날아갔다. 에드먼드는 웬디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몸을 살짝 비켜섰다. 로비 안으로 발을 들인 웬디는 바닥에서부터 훅 올라오는 온기를 느꼈다. 벽난로가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닌데, 오래 데워 둔 돌바닥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나비 모양 시침과 분침으로 이루어진 괘종시계를 지나자, 어딘가 정겨운 느낌이 드는 마룻바닥과 프런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산장 식구들을 소개해 줄게!”

펠은 프런트에서 왼쪽으로 꺾이는 복도 방향으로 날아갔다. 뒤따라 복도에 도착한 웬디는 곧바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복도 구석에서 낡은 빗자루 하나가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은 채 꼿꼿이 서서 바닥을 쓸어내고 있던 것이다.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듯 리듬감 있게 사각거리던 빗자루는 복도 구석구석을 훑으며 웬디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저건 설마 유령인가요?”

겁에 질린 웬디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펠이 까악 소리를 냈다.


“유령이 아니야. 이 산장에 걸린 마법은 수십 개가 넘어. 저 촛대들도 다 마법이 걸린 거야.”

펠이 복도 위를 부드럽게 날아가자, 벽면에 걸린 은제 촛대에서 칙 소리와 함께 불꽃이 차례대로 피어올랐다. 웬디는 그 신비로운 광경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빗자루가 혼자 청소하고 촛대가 스스로 켜지는 장소에서 과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할까. 마트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 재고를 정리하고, 화난 손님들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서툰 기술들은 이 우아한 마법의 세계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였다.


“까악! 이 앞은 우리 산장의 식당이야. 얼른 따라와!”

펠의 재촉에 웬디는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복도 끝에서부터 갓 구운 빵과 버터의 풍미가 섞인 듯한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먼저 날아간 펠은 발가락으로 식당 문을 움켜쥐고 비트는 묘기를 보였다. 통유리로 한쪽 벽을 대신한 식당에는 아침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하얀 천을 반듯하게 깐 식탁에는 줄기와 잎만 남은 데이지가 유리 꽃병에 꽂혀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따뜻한 햇살과 고요한 정적, 그리고 꽃향기가 어우러진 식당의 풍경은 웬디가 꿈꾸던 이상적인 식당의 모습이었다.

웬디가 넋 잃고 그 풍경을 눈에 담는 사이, 주방과 연결된 철문이 덜컥 열리며 베이지색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가 걸어 나왔다. 할머니의 손에는 빨간 체크무늬 오븐 장갑과 철판, 그리고 겉면이 노릇노릇한 통밀빵이 들려 있었다. 방금 오븐에서 꺼냈는지 빵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응? 식사 시간은 아직인데?”

할머니는 식당 입구에 어영부영 서 있는 웬디를 발견하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식탁과 벽시계를 번갈아 보는 행동에서 웬디를 손님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 사람은 손님이 아니야! 우리 산장에 일자리를 찾으러 온 사람이야!”

펠이 날개를 퍼덕이며 말하자, 마가렛이라 불린 할머니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얼굴에 인자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반갑구나. 나는 마가렛이란다. 이 산장에서 에드와 손님들의 식사를 도맡고 있단다.”

“에드?”

“까악! 에드는 주인장의 별명이야!”

의아해하는 웬디에게 펠이 곧바로 덧붙였다. 웬디는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산장의 주인인 에드먼드의 별명을 스스럼없이 부르는 것을 보면, 두 사람은 상당히 가까운 사이인 듯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웬디라고 해요.”

“예쁜 이름이구나, 웬디.”

마가렛은 살갑게 웃으면서도 웬디의 안색과 어깨에 걸친 해진 가방을 빠르게 훑었다. 세월이 주는 어떠한 관록 속에서 자신만의 확인을 마친 마가렛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마침 갓 구운 따끈따끈한 빵이 나왔는데, 한번 먹어보려무나.”

마가렛은 오븐 장갑을 벗고 접시 위에 통밀빵을 한입 크기로 떼어 놓았다. 그리곤 주방에서 노란 버터가 담긴 작은 접시를 챙겨 나왔다. 마가렛은 두 접시를 식탁 너머로 부드럽게 밀어주며, 어서 맛보라는 듯 눈썹을 가볍게 까딱였다. 습관처럼 사양하려던 웬디는 간신히 입을 다물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버터를 살짝 바른 빵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웬디는 입안을 가득 채우는 부드러운 식감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웬디가 먹어본 통밀빵은 퇴근 후 들린 빵집에서 구매한 퍽퍽하고 질긴 것들이 전부였다. 그래서 이토록 고소한 곡물과 버터의 향이 잘 어울릴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몇 번 씹기도 전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빵이 아깝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입맛에 맞는 모양이구나.”

웬디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맛있는 빵은 처음이에요.”

마가렛은 부스러기 하나 없이 빈 접시를 보며 짧게 웃었다.


“혹시 못 먹는 음식이나 알레르기가 있지는 않니?”

“아니요. 따로 못 먹는 음식은 없어요.”

“잘 됐구나.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가리는 게 많아서 취향을 맞추는 게 골치였거든.”

옆에서 그 말을 들은 펠이 날개를 퍼덕였다.


“그래서 마가렛이 매일 짜증을...”

“펠. 새로운 식구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해야지?”

“까악...!”

에드먼드 앞에서도 당당히 제 할 말을 하던 펠이지만, 나긋나긋한 마가렛의 목소리 앞에서는 꼼짝을 못 했다. 산장의 실세가 누구인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까악! 우리 이제 가야 한다! 우리 바쁘다!”

펠은 곁눈을 뜨며 웬디를 바라봤다. 그 모습이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려는 발버둥처럼 보여서, 웬디는 입을 가리고 풋 소리 내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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