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검은 밤에 천장을 보다가

by 엽서시
Screenshot_2015-10-24-11-55-30-1.png

어느 날 부터인가

고이고 고인 잘못이

내 키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 웅덩이에서 나는,

발 끝을 세워도 바닥이 닿지를 않는다.

낯부끄러운 것들

미끈덩거리는 것들

을 손으로 밀고 떠밀고

숨을 내쉬고 얼굴에 묻은 것들을

비비고 훔쳐서 닦고 내뿜고

버둥거리고

버둥거리다가

문득 이 속에서도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을 깨닫다. 검은 밤 천장처럼 바닥이 보이지도 닿지도 않게 고인 이 웅덩이 전부가 나의 것임을 깨닫다.


매거진의 이전글너희를 만나는 길조차 흥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