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소가 된다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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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가 된다.

소가 되어야 한다.

할머니 집 식탁앞에서

그득그득한 나물과

쌓아올린 고봉밥과

계란찜과 노릇한 조기 앞에서

나는 소처럼 밥을 먹는다.


할머니는 조막손으로

조잘거리며 반찬을 가져온다.


소용없다.

한 그릇을 비워도

할머니는 금새 한그릇 밥을 푼다.

나는 다시 소처럼 밥을 먹는다.

소가 위가 네 개인걸 보면

소 할머니 손도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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