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길에서 쉬파리 한 마리를 밟았다.
볼일은 다 본 모양이었다.
나는 파리란 놈들의 삶이 어떤지 잘 알지 못하나 여름은 참 흐뭇한 것이었으리라. 개똥과 고양이똥과 썩는 음식과 무른 과일 속에서 놈도 행복했으리라.
그 속에서 제 볼일을 모두 보았으리라.
녀석은 떨지도 울지도 짖지도 피하지도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나의 무게가 자신의 무게를 짓이기는 것을 참았다. 그때까지 녀석은 낙옆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파리의 입장으로 말하자면, 녀석은 마지막으로 낙옆의 맛 위에 앉아 숨을 거둔 것이다.
쉬파리는 빨간 눈으로 길 건너편의 단풍을 보았다. 자신의 눈과 같은 색이 나무를 물드는 것을, 녀석은 눈도 깜박거리지 않았다.
으스러지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발을 떼기 전 파리에게 물었다.
낙엽은 어떤 맛인가.
나의 눈과 같은 색의 단풍을 보는 것은
어떤 일인가.
맛보며 죽는다는 것은,
또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