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에서 와퍼가 세일입니다. 원래는 5400원인데 이번 주까지 하나에 3천원이에요. 오랜만에 햄버거가 생각나 들어가보니 갱지에 싼 햄버거를 주더군요. 햄버거를, 그것도 와퍼라는 햄버거에 대해 주절거리는 것이 참 어리석어 보입니다만, 일단 이야기를 해볼까요.
예전에 와퍼는 다른 햄버거들과 달랐지요. 포장도 은박지 같은 것에 싸여 있었습니다. 맛도 무언가 다른 것이, 전 예전에 이것이 미국의 맛인가 생각하곤 했습니다만, 서설이 길었네요.
요즘이야 그럴일이 없겠지만 전만 해도 자기 자식이 반장을 하면 반에도 교무실에도 햄버거를 돌리곤 했던 모양입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그 햄버거를, 와퍼를 들고 집으로 오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씻는 동안 가위로 햄버거를 꼭 3등분 했습니다. 당신은 먹기 싫다 하셨지요. 나와 형이 한 조각씩 먹고나면, 아버지가 나오셨습니다. 씻고 나온 아버지는 당신의 한 조각을 마다하고 그것을 꼭 날 주셨지요.
그리하여 우리 집에서 나만 와퍼를 3분의 2나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나는 그렇게 온전하지 못한 와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먹었던 3분의 2의 와퍼는 사실 지금 내가 사먹는 하나의 와퍼보다 가득한 것이었는데, 내가 먹은 3분의 2 만큼의 와퍼 속에는 양상추와 케첩과 고기 말고도 어머니가 드시지 않은 3분의 1 만큼의 와퍼와 아버지가 드시지 않은 1과 3분의 1만큼의 와퍼가 꼭 끼어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