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기간제

by 엽서시


기간제다.

계약서를 쓴 기억만 없다.

뭉텅이로 놓인 편지지를 보았다.

보다가 그만 웃었다.

네게 편지를 보내야지,

하며 나는 저 많은 편지지를 샀다.

나는 사랑도 기간제라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마주치는 모두가 기간제다.

그렇지 않니.

어느 날 죽은 까치를 아침 공기가 발로 차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알았다.

저 새에게도 기간이 있다.

새의 밑에 수북한 낙엽이 말해주었지.

어느 날 창밖으로 박스처럼 구겨진 차와, 그 차를 박스처럼 접어들고 가는 렉터카보다가 그만, 나는 내 다른 모든 것이 기간제임을 알았다. 혼자 복사기 앞에서 복사를 하다가, 입술 댄 자국도 없이 버려진 종이컵을 보다가,

나는 또.

그러니 혼자 설워 할 필요는 없다. 아니, 이 설움도 기간일 것이다.

기간제다.

기간제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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