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17
나 오늘 엄청 창피한 일 있었어, 말해줄까? 궁금하지, 야, 궁금하다구 해, 어서. 그치? 궁금하지? 나 오늘 출근할 때 공사장 옆 지나가는데, 아, 이거 얘기해도 되나, 갑자기 바퀴벌레가 나와서, 소리지르다가 넘어졌거든. 근데 어느 남자랑 눈 마주쳐서, 한참 웃다가, 근데 그 남자가 나한테 번호 물어보더라.
D-83
접때 그 남자 있잖아. 응? 나 그때 넘어지면서 봤다는. 나 그 남자 또 만났다. 이번엔 우리 사무실 앞에서. 둘이 눈 마주쳐서 또 빵 터졌어.
D-27
이거 혹시 너야? 오늘 내 자리로 꽃 배달 보낸 거? 아니라구? 그럼 누구지? 오늘 우리 사무실 사람들이 좋겠다고 엄청 부러워했어.
D-day
미안.
이제 우리 그만 하자.
오랜 대화들을 꿰어 맞추다 연속극처럼 찾아온 그녀의 운명을 축하했다. 혼자 술을 하다 하지도 못하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연기가 매워 한참을 기침하다 그만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