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나는 예쁜 것만 보면 설웁다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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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쁜 것만 보면 서러워진다.

아마 너는 전생에 파리나 아니면 파리도 되지 못한 그 무엇이었으랴, 나는 나를 두고 이렇게 말하고. 예쁘고 고운 것을 보면 나는 어쩐지 서러워지고 어딘가 저 구석에서 혼자 이를 앙 다물고. 그러면서 내가 떠올리는 것은.

몽골, 푸지게 드러누운 그 풀밭에서 파리는 꽃을 핥던 잎으로 쇠똥을 핥았다. 독수리는 함뿍 푸른 하늘에 팔을 벌리고 누워있다가도 썩은 고기를 향해 몸을 내던졌고, 어린 양들은 제 어미의 젖을 빨다가도 그 주둥이로 다른 어른의 변을 주워먹었다.

늙은 굴에서 기어나와 짧은 다리로 개미굴 앞에 퍼질러앉아 개미를 핥던 두꺼비는 그런데 그 노란 눈으로 꽃만 바라보았다. 꽃은 하늘에 하양 흔들리고 이쪽은 치어다보지도 않는데 두꺼비는 그 눈으로 소리도 나지 않는 눈빛으로 마치 구애라도 하는 것처럼 꽃을 바라보았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서러웠던 것이다.

개미의 구역질 나는 신 맛이, 그리고 그 신 맛에 배가 차오르는 것이 서러워서 두꺼비는 그늘진 구덩이에 앉아 홀로 꽃을 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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