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뭇
했던 기억을, 너와 머물던 그 작은 카페와, 전철 안의 시간과, 걷던 길과, 그 길고 긴 길, 어딘가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 네 손을 잡으면 그 끝을 볼 수 있을 것 같던 그 길,
을 접어,
핀으로 눌러,
작은 상자에 넣는다.
바삭,
아니 바짝,
마르도록.
이제 영영 아름답도록, 내가 너를 눈물이 아닌 너의 웃음소리로 기억할 수 있도록, 시들기 전에, 닳기 전에, 그리하여 바수어져 사라지기 전에, 기억이 지쳐 바래기 전에, 내가 또 다시 어느 길을 걷다 방울처럼 맑은 웃음소리를 듣거든 내가 너를, 내 인생에서 스물의 딱지가 붙은 시간 중 가장 예쁘고 곱다운 시간이었네라, 하며 펼쳐 볼 수 있도록,
서랍을 밀어 넣는다.
핀으로 눌러
접어
우리가 있던 서울의 공간과 공간과 공간을, 기차역을, 너를 기다리던 그 시간을, 너를 만나러 가던 그 길과 버스의 안, 전철의 안, 나의 기억, 가난한 내게 사랑과 기다림과 걷는 일은 쌍둥이처럼 꼭 닮은 것이었어, 제대하던 날, 예비군 마크를 달고, 군복을 입고 초라한 줄 모르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미소로 늦는 너를 기다리고,
기억을,
했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