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바늘의 끝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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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이 바람에 흩는 시간은 촌이라 하고,

부싯돌에 불이 튀는 시간은 명이라 한다.


세상의 이 끝에서 던진 바늘의 끝이

세상의 저 끝으로 맞던진 바늘의 끝과

맞부닥친다.

불꽃이 튄 것이 허공에 사라진다.

아스라이 사라지기 전 나는 너를 사랑했다.

아마도 억천번의 생 끝에서 누군가 건드리지 않았다면 두 바늘은 억천생을 거쳐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나는 자주 중얼거렸다.

인정하자.

너는 다리가 긴 새의 걸음처럼 떠났다.

나는 물새의 깃털을 공책 사이에 두는 아이처럼 그 말을 보며 곱씹었다.

세상의 저 편에서 마주 날아온 두 바늘이 본디 서로를 향해 날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하여 서로는 빗겨가고 다시 본래 향하던 것을 향해 가는 것을 나는 인정해야지.

그러나

나는 사랑하였네라!

너를

누구의 시간에서 촌과 명과 찰나의 시간을,

또 누구에게는 억과 만과 연의 시간만큼.


초생달이 새벽별과 마주하는 시간은 연이라 한다.

둘레가 일곱 길인 나무가 죽고 그 둥치에서 싹이 피어 다시 자란 나무의 둘레가 일곱 길이 되는 시간을 만이라 하고, 서로 닿은 두 바위산이 서로 살을 부비고 또 부비어 마침내 서로가 먼지가 되는 시간은 억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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