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겨울2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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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조개와 귤과 나는 같이 올 겨울을 지낸다.


겨울은 무엇에 성이 났는지 출근길의 입과 콧등을 할퀴고 입춘은 오지를 않고 그러나 우리는 모닥불처럼 모여 같이 겨울을 지낸다.


꼬막도 귤도 나도 풍년이다. 풍년은 흐벅진 것인데 세상은 흐벅진 것을 흘겨보고 미워라 한다. 흔한 것이 서럽도록 미워라 한다. 키가 훌쩍한 귤은 가끔 제 살이 짓무르는 것을 슬퍼해하고 키가 작은 꼬막은 가끔 껍질이 아득히 씹히는 것을 설워하고 나는 내가 개흙만큼이나 가난한 것을 설워하고 우리는 차러리 겨울이 끝나지 않고 입춘도 아예 오지를 말어라 생각을 한다.


남으로 가자. 올 겨울이 지나고 우리는 남으로 가자. 남에는 겨울이 쫓아오지를 못하는 곳이 있어 갯내나는 바닷가, 현이의 눈처럼 까만 흙이 아직도 무르고 쪼록허니 새싹들이 멋도 모르고 까부는 곳으로 가자.


겨울은 끝날 것이 보이지 않고, 입춘도 올 생각을 않고, 꼬막조개랑 굴이랑 나는 같이 이 올 겨울을 지낸다. 같이 길을 걷다가 한 뼘 볕 드는 곳만 보면 꼬막조개는 바닷속을 날듯이 기뻐하고 귤은 낭청한 가지랑 가시랑 잎을 좋아라 모두 흔들고 나는 그 모든 것이 흐뭇시러워서 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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