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장님거미야, 장님거미야

by 엽서시
IMG_20160118_160629.jpg

장님이면서 거미인 것은 도저히 슬플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가뭇하고 흐린 세상에는 그의 집도 없다. 가냘픈 여덟 개의 다리가 전부인데 그것을 더듬어 길을 찾아보려 해도 앞길은 바이 알 길이 없다.


허랑한 나방이 잡혀도 기쁠 턱이 없다. 허금지금 속살을 뜯어먹다가도 장님거미는 한없는 슬픔에 잠긴다. 그에게는 짝도 아기도 없어 그저 놓인 벽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서 절금대며 길도 모르는 길을 더듬어 갈 뿐이다.


장님거미야, 장님거미야 하고 나는 네가 알지도 못하는 네 이름을 불러본다. 장님거미는 들을 턱이 없다. 또 무언가 큰일이, 무서운 일이 닥쳤나하고 허냥저냥 달아나는 것인데 그 아등바등한 것이 더욱 서럽다.


장님거미야, 그래도 이 세상에 너와 같은 것이 얼마나 많으냐. 아니, 너보다도 못한 것도 있어 눈도 발도 달리지 않은 것도 있다, 하여도 장님거미에겐 위로가 되지 않는다. 장님거미는 덤덤하니 세상의 어느 틈으로 쏙 숨어버리는데, 나만 그것이 홀로 서러울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어느 누구라도 안고 싶은 날에 나는 내 팔을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