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첫 눈밭을 보았다.
한강이 벌판과 다름없이 된 것을 보았다. 물 위에 물이 내린 것을 보았다. 차가움으로 서로를 무너뜨리지 않고 보듬는 것을 보았다. 신발은 닿을 수도 없는 섬세한 순백 위에 물새의 발자국이, 수북한 선을 그린 것을 보았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이 어디 있으랴.
첫, 이라는 꼬리표를 떼면 저 눈밭은 수없는 반복이다. 수없는 발자국이 또 그 위에 겹쳐있는 것을. 어느 것도 순수한 새 것은 없으리라. 반복은 자연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옛 웃옷 주머니 어딘가에 있던 그리움을 꺼내어 오늘 또 다시 손바닥으로 쓸어보는 것을 반복한다.
그리움은 내가 발을 뗀 자리가 네 발자국과 겹치는 것을 고요히 아는 일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