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만난 것은 지독한 조롱 같은 일이어서 나는 앓았다. 앓고 일어나면 화농 같은 기억이 조금 더 자라있었다. 건드리지 않아도 그것은 날마다 조금씩 자랐고 나는 날마다 조금씩 주저앉았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는 금이 가 있었고 사금파리 같은 것들이 떨어져 나갔다. 나는 면도를 할 때 자주 베었다. 얼굴에 번져가는 피를 보고 나는 또 상처가 났구나 알았다. 알았다는 것은 앓았다는 것 만큼 지독한 조롱이어서 나는 이제 기억도 희미한 네 얼굴과 웃음을 애써 더듬어 찾을 일도 없지만 가끔 내 말투에 묻은 널 보았다. 그런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앓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