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직장선배의 차를 타고 퇴근한 날에,
토요일이 40분 남은 이 시간에,
선배에겐 집에서 전화가 두 통이나 오는데,
그 괜찮다는 말이 미안하여 나는 버스 다섯 정거장쯤 되는 거리를 미리 내린다,
집에 오면서,
맥주를 사고 또 작은 안주를 사고 그러고도 잔돈을 받았으니 이득이다.
이제 집으로 가는 마지막 신호등 앞에 서서 아직도 두 발로 서있는 모든 이들, 신호등과 전봇대와 은행나무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취기가 도는데 주머니에 짤랑이는 것이 남았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감히 행복이라는 단어를 더듬어본다.
그리고 또 감히 그분을 생각한다. 세상을 만드시고 꼭 하루를 쉬었느니라- 할머니의 오랜 옛이야기 같은 것을 떠올리며 나는 땅바닥에 선 모두가 꼭 하루 동안 아무것도 하지않고 누워 즐기는 그런 동화 같은 생각을 하며 집에 올라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