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시몬이라는 사내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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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불우이웃을 도울 테니 쌀을 걷는다 하였다. 나는 반 아이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나누어 주고 언제까지 쌀을 가져 오너라, 하니 아이들이 손을 들고 얼마나 가져와요 하고 물었다. 나는 들은 대로 라면봉지 들고 올 정도 가져오면 된단다, 하니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하였다. 학교에서는 반마다 쌀 포대를 두 자루를 주었다. 아이들이 낸 쌀을 모아보니 한 자루에도 거뜬하였다. 너즉하니 두어 시간 쯤 후에 담당 교사가 나를 불러 넌지시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었다. 각 반마다 낸 쌀을 무게를 달았는데 우리 반이 꼴찌였다. 다른 반의 절반 정도였다. 속으로 그래서 우리 반은 포대 자루가 하나 남았구나 생각했다. 학교가 파하고 마트에 가서 쌀을 샀다. 내 돈을 주고 쌀을 사는 일은 처음이다 싶었다. 마트 앞에 쌀이 쌓여있는데 쌀에는 가격표가 없었다. 제일 싼 것으로 달라고 하였다. 배달해주겠다고 하는 것이 민망스러워 어깨에 지고 학교에 걸어왔다. 쌀을 지고 걸으면서 나는 가난한 것을 생각하고 자비를 생각하고 또 사랑을 생각하였다. 내가 가진 자비와 사랑이 마뜩찮은 것을 생각하고 쌀이 무거운 것을 생각하고 또 자비와 사랑이 마뜩하여 짐을 지고 혼자 언덕을 올랐던 어느 사내를 생각하고 또 그 사내를 도왔다는 시몬이라는 사내를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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