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모래톱은 동해사람이 보면 우습도록 박하기 그지없네. 백합과 반지락과 동죽과 가리비와 피뿔고둥과 비틀이고둥이 껍데기가 파도에 바스라지어 된 모래가 따급네. 나는 왜인지 모르게 그 따근 것이 좋기만 하여 모래를 밟고 오래도록 물수제비를 뜹네. 물수제비를 뜨면서 조개들과 고둥들이 서로 살고 사랑하고 아기를 낳고 늙고 죽고 한 것을 생각합네. 섬에서 파는 칼국수를 후후 불어먹다가 나는 또 국물에 반쯤 잠긴 조개를 보고 또 고둥을 봅네. 나는 작고 하찮은 것을 생각하고 내가 가난하고 외로운 것을 생각하고 내가 사랑하였던 이가 지금은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고 나는 어디에 가서 모래톱이 되어 또 누가 물수제비를 뜰 것을, 해가 지도록 물수제비를 뜰 것을 생각하네. 섬의 모래톱에 석양은 동해사람이 보면 눈이 물러 올만큼 진하기 그지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