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엽서시

거미를 보다

by 엽서시
IMG_20150903_225213.jpg 어느 날 콘크리트 천장에 매달린 소리 없는 음악가를 보았다

공중에서 거미는 건반을 치고 있었다.

여덟 가닥의 손이, 발이, 팔이, 다리가

여덟 가락의 노래를, 허공에, 매달려,

울고 있었다.

바쁘게 온 몸을 떨며 거미는 울었다.

거미의 가락이 떨리는 거미를 지탱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몸을 허공에 내걸고 거미는 온 몸으로 울었다.

거미는 공중에서 건반을 치고 있었다.

거미의 가락이 거미를 지탱했다.

거미는 허공에 매달려 허공을 노래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선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