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찌개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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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흙색이 도는 것은 한 사내에게 집에 돌아왔다는 신호와도 같은 게다. 숭덩숭덩히 두부를 썰어두고 버섯을 썰어넣고 청양고추를 썰어놓은 이 것은 벽이 없어도 곧 집이다. 맵짝한 이 것에 수북한 밥을 정신없이 뜨고 나서야 한 사내는 집에 왔다고 느끼는 것이다. 뿌연 커피 색 같기도 한 이 것을 나는 내가 커피를 사랑하는 것 만큼, 그 이상으로 사랑하는데 내가 커피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가 나를 긍휼히 여기는 까닭이요, 내가 이 것을 사랑하는 까닭은 이 것이 나를 긍휼히 여겨주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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