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매미

by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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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말이 없으니

내가 울 수밖에,


마주 앉아

둥그런 탁자에

술을, 물을, 물인지 술인지 모를,

한 잔, 두 잔, 또 한 잔 마시는데,

자꾸만 마시는데

자꾸만 목이 탄다.


이게 아닌데, 이것이 아닌데…….


너는 5년, 또 너는 7년, 누구는 11년, 또 누구는 13년…….

마치 규칙 없는 소수(素數)같은 시간 동안

우리가 바란 것은


이게 아니었는데…….


그저 수소처럼 말없이 그 좁은 골방에 틀어 앉아 허리는 구부정하니, 손에 들린 것만 바라보고, 우리가 버텨왔던 것은, 우리가 바라왔던 것은,

껍질 같은 교복을 벗고 나면 달라지겠거니, 홀가분하겠거니,

새파람 불어오면 훨훨 날아가겠거니,


무슨 시퍼런 고관대작은 아니더라도, 정다운 너와 소반을 사이에 두고 앉아 웃을 세 칸짜리 방 하나 있겠거니,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랑은 있겠거니, 사람은 있거니, 삶은 있겠거니…….


한 가지 색으로 무더운 세상은 천적이 가득하고, 아니 천적뿐이고.

적자 아닌 서자는 살 수 없는 세상이고,

사랑도 사람도 삶도 무엇 하나 주어지지 않는데,

술상에 뎅그러니 주어진 오뎅볶음 한 그릇을 가지고,

우리는 마주 앉는다.


그렇지 않느냐, 그렇지 않더냐.

너는 자꾸 말이 없다.


네가 말이 없으니

나는 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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