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먹는다는 것은,
빌어먹지 않고
벌어먹는다는 것은,
어느 누구의 자음과 모음 사이에라도 껴 들어가
점 같은 것이 될지라도,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일을 하다 일을 잃고,
다시 일을 얻는다는 것,
일을 얻는다는 것은, 나를 깍는 것, 둥그스름하니, 털터름하니 만드는 것.
깎는다는 것은, 어느 껍질도, 모양도, 한 꺼풀, 한 꺼풀, 없애나가는 것, 어느 하나 점이 되는 것, 부딪힐 수 있어도 부딪치지 않도록 되는 것.
일을 한다는 것은 나를 삭는 것. 뭉그스름하니 되는 것.
껍질도 모양도 없이 물러지는 것, 알갱이도 이빨도 오돌뼈 하나 남김 없이, 어느 늙은이의 오무라진 입에도 거스르지 않도록 푹, 뭉그러드는 것.
인제 나의 동기들과 옛 벗과 원수와 또 형제들까지 어디론가 다들 한 자리 씩 껴들어갔는가 보다, 또 어느 술집에 모여 울적하니 떠들썩하니, 안주와 안부를 맞나누는 것이 어색치 않다, 나는 화장실 타일에 붙은 한 마리 하늘밥도둑을 본다, 그것은 마치 더 이상, 살아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그냥 점, 점 하나처럼 보이는데, 자꾸만, 자꾸만 그 점은 또 나인 것만 같다, 그러다가 꺼벅, 취중에 다리를 전다, 묻는다, 또 정신없이.
나는 살아있느냐.
아직 살아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