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오늘 아이가 줄기가 무엇이냐고 물어 왔다

by 엽서시
줄기가 무엇이냐고.jpg

줄기는

버티는 것이다.

하나의 선이 되는 것이다.

하나의 선이 되어

하나의 면을

한 자루의 잎을

버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줄기는

초록빛 연둣빛 즐거웁던 것들을

잊어야 한다.

그 물이 완전히 말라붙어

다른 색이 돌고

얼굴에 주름이 패일 때 쯤

줄기는 가지가 된다.


하나의 선은 여럿의 선과 만난다.


가지는

또 버티는 것이다.

또 다른 줄기들을

또 다른 선들을

버티는 하나의 선이다.


몸뚱이가 굵어질수록

키는 내려앉는다.

어느 순간 제 뺨에 닿는 것이, 그 서느런 것이 흙이라는 것을 안다.

가지는 처음 뿌리를 만난다.


버틴다는 게 무엇인지, 둘은 밤이 새도록 술잔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하늘밥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