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엽서시

5분 늦은 출근길 전철에는

by 엽서시
전철에서 나는 오늘도 도시를 배운다

마치 분식집 순대 속처럼 둘둘 만 김밥 속처럼 사람들이 미어졌다. 차라리 내가 당면이라면, 네가 밥알이라면 좀 더 나았을까. 저마다 손잡이를 쥐고 아귀에 잔뜩 힘을 쥔 채 오늘도 우리는 입가에 밥풀을 묻힐 걱정으로 저마다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이 것이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나는 중랑천 교각 아래의 비둘기들을 떠올렸다. 그네들이 잔뜩 서로를 품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을 보며 나는 그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다 여겼던가. 그러나 어쩌면 그네들도 서로를 밀치지 못해 견디고 있었는지 모른다. 서로의 살냄새도 실비듬도 체온도 밉살스러운 것이, 그 자신이 미워 구국 구국 울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밤 비둘이 우는 소리가 들렸던 모양이다. 나는 그 울음 소리가 내 속이 우는 소리인 줄 알고 밤을 지새웠다. 내 속에 메운 울음이 마침내 껍질을는 것인줄로만 알고. 밤을 새 나는 그 울음을 들었다. 다리 밑을 살퀴고 오는 바람에 귀를 대고 말이다. 그 것이 내 속의 울음인 줄 알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교직원 식당을 가는 길